저는 떡볶이가 먹고 싶은데 왜 샐러드를 주시죠?
내 마음의 식단
책이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마음에게도 '식성'이나 '식욕'이라는 개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식단을 엄격하게 제한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신비한 계시를 받는 특별한 인간이었다.
매일 아침, '앗, 오늘은 ○○을 먹어야 해!'라는 발신인 불명의 계시가 머릿속을 천둥처럼 울렸고,
그 음식을 최대한 빨리 내 입에 넣는 것이 매일의 미션이었다.
우리 모두가 저마다의 식성을 가지고 있다.
식성에는 맞더라도 그때그때의 몸 상태에 따라 안 들어가는 음식도 있다.
전날 과음을 하고 나면 다음날에는 '해장'하기에 적합한 음식을 찾고
속이 더부룩할 때는 무거운 음식을 피하게 된다.
체하거나 장염에 걸리면 음식 섭취를 중단하기도 하고,
에너지가 떨어졌을 때는 갑자기 단 음식이 끌리기도 한다.
마음도 그럴 거라는 게 나의 오랜 지론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 해도 배가 불렀을 때는 거들떠보기조차 싫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니,
'마음'이 제 음식인 '책'을 가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책을 읽는 것도, 사는 것도 좋아하는 나는 집에 책을 많이 쌓아두고 산다.
새로 이사 온 동네에는 도서관도 많아서, 소장하고 있지 않은 책은 빌려서라도 읽을 수 있다.
식사 시간이 되면 마음에게 묻는다.
'오늘은 뭐 먹을래?'
마음이 답한다.
'어제 기름진 것만 먹었더니 속이 느끼해. 오늘은 매운 거!'
마침 집에 매운 책이 있다. 바로 꺼내서 상을 차린다.
내 마음은 식탐이 꽤 있는 편인데, 가리는 음식은 많지 않다.
대체로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긴 하지만, 낯선 음식을 권해도 잘 먹는다.
어려서부터 이것저것 다양하게 먹여와서 그런 걸까?
다만, 비슷한 음식을 연달아 먹는 것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늘 메뉴를 바꾸어가며 먹이려 노력한다.
마음에게 먹일 음식을 권하는 목소리들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
이제 굳이 마음에게 음식을 먹일 필요 없이, 알약 하나로 허기를 때울 수 있다는 광고가 즐비하다.
귀찮게 매번 식단을 고민할 필요가 뭐가 있냐면서, 한 가지 음식만 계속 먹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으로 월 천 버는 법', '성공하려면 ○○해라', '20대에 2억 모으는 법' ……
반대로, 마음의 식성이나 건강 상태는 무시한 채 먹이고 싶은 음식만 강제로 먹이다
마음에게 거식증이나 맛 혐오, 알레르기 따위를 앓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마음에게도 식성과 식욕이 있고 컨디션이라는 게 있다.
우리 몸이 먹고 싶어 하는 건 비행기를 태워서라도 악착같이 찾아 먹이면서
같이 사는 마음은 아무거나 먹이고 심심하면 굶기는 거,
그거 분명한 학대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