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 내놔 :100일 글쓰기 챌린지

by Taylogue

자타가 공인하는 취미부자인 지금과 달리 어릴 적 나의 취미란 정말 별 게 없어서,

숨 쉬듯이 글을 읽고 팔과 다리를 움직이듯 아무렇지 않게 글을 쓰는 게 당연한 매일을 살았다.


글짓기로 한 해에 10번도 넘게 상을 받기도 하고

읽지도 않은 책에 대해 쓴 독후감이 국어 선생님의 박수갈채와 함께 교지에 실리기도 했으며,

돈이 궁하던 대학시절에는 아예 상금을 노리고 에세이를 써 생활비에 보태는 일도 생겼다(그리고 다시 교지에 실렸다)


어느 시점에 접어들자 여차저차한 이유로 글쓰기 > 말하기로 내 안에서 패러다임 쉬프트가 일어났는데,

그렇게 나이를 먹다 보니 정말로 글을 쓸 일이 없어져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나름 쓸 만했던 내 글이 햇빛 한 줌 못 받고 그렇게 늙고 또 낡아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플래너에는 명사(구) 이상을 적는 일이 없으니 그 상실을 체감할 일이 없고,

그나마 큰일이 있을 때 적는 일기를 곱씹어 읽을 때마다 내글구려병이 기승을 부리는데

이 처참한 상황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모처럼 큰 맘을 먹는다.


내 글 내놔.

내놓을 때까지(100일간) 나 매일 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