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가 부여되어야만 하는 삶, 그 허상

by Taylogue

수많은 구루들이 세상을 뒤집을 만한 명언 퍼레이드를 남겨놨어도, 내게 가장 와닿는 구절은 언제나 하나다.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어려서부터 위인전이나 자서전을 참 좋아했다.

소위 '훌륭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일대기를 읽으며 '아, 멋지다.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 라고 세뇌된 듯 중얼거리며 동기가 부여되었다 믿던 나날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부여되었다는 '동기'라는 건 과연 무엇인가?

그건 그냥 별 노력 없이 알아서 나를 채찍질해주고 무한대로 에너지를 재생성해주는 공짜 동력이다.




나는 훌륭한 인물의 자수성가한 스토리 열 개쯤은 어렵지 않게 읊을 수 있다.

그 각각의 스토리를 접할 때마다 동기부여가 된다며 몹시 좋아하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동기부여된 마음을 가지고 그들이 성공하게 된 방법을 내 삶에 적용해 그대로 살고 있을까?

물론 아니다.


그렇게 부여된 줄로만 알았던 동기라는 게 아이스크림마냥 허망하게 녹아내리는 데에는

글쎄,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동기가 부여되었을 때마다' 그럴듯한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며 플래너를 빽빽하게 채웠다.

그것만으로도 뭔가 잘 살 수 있을 것 같고,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고양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 계획들이 얼마나 그럴듯해 보였는가 와는 별개로,

그것들이 나의 행동으로 이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나는 끝없이 이어지지만, 도통 빗금이 그어지지는 않는 기나긴 투두리스트를 보며 자괴감을 느낀 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역시 '동기'가 부족했던 거라며 더 강한 동력을 찾아 헤맸을 뿐이다.


그러나 이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동력은 차라리 '생계의 어려움' 정도일까?

우리가 찾는 낭만적이고 우아한 동기 따위로 현실의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로는 그냥 해야만 한다.


큰 이유나 계기가 찾아와 내 등을 끊임없이 떠밀어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괴롭고 싫고 고통스러워도 그냥, 해야만 한다.


누워있거나 앉아 늘어져있는 내 몸을 정말 아무렇지 않게 일으키고 바로 세워

가장 오래 미뤄왔던 일부터 아무 생각도 감정의 동요도 없이 그냥, 해내야만 한다.


그 폭력적인 행동력만이 나의 현실을 바꾸고, 나를 더 나은 경지로 데려간다.


삶은 곧 고통.

그러나 그 고통을 반복적으로 견뎌내는 자에게만 허락되는 열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


나는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끊임없이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 거고,

그 끝에 주어지는 열매를 기꺼이 주린 개처럼 핥아먹을 거다. 그게 내 동기고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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