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말이 없던 딸아이와
얼굴 한번 감싸 안아주지 않으시던 아버지가 있다
그렇게 꼭 닮은 딸아이와 아버지가 있다
미친 듯 병원문을 밀어재끼고 들어선 병실에
기름 때 묻은 새까맣던 손이 침대에서 기어나와 힘없이 떨구어져 있다
수건 들고 손가락 하나 하나를 닦아내면서
이렇게 뭉퉁한 손으로 세수를 하다간 고운 빰 베이겠구나
바다에 나갈 적이면 허리춤 잡고 따라 간다 떼쓰던 철부지 딸아이와
미역줄에 장대질하는 모습이 기와집을 닮은 아버지가 있다
기와집 기둥만한 저 허리가 저렇게 휘어지다가 부러지면 어쩌나
허리뼈에 철심을 박던 날
밤새 뒤척이며 내쉬던 아버지의 한숨 소리는
딸아이가 가슴으로 삼키는 눈물보다 무겁게 떨어져내린다
유학길 바리바리 짐 싸 짊어지고 버스에 오르는 딸아이와
바닷길 가르며 노 저으시던 아버지가 있다
그래도 멀리 가는데 배웅이라도 해주시면 안되나
병원 문을 나서면서 무리하면 안된다 몇번이고 당부하시던 의사선생님 뒤로
내 방구들 차고 있으면 공부잘하는 딸래미는 어쩌고 농담처럼 흘리시던 아버지는
딸아이에게 입원비 아껴 등록금을 쥐어주신다
아버지 허리 팔고 하는 공부에 누구 살이 채워지나
결혼 몇 일 앞두고 별안간 찾아가 아버지와 함께 나선 밤낚시
밤새 아무 말 없이 낚시대만 드리우다 고기 입질에도 모른 척 딴청이시더니
이끼만 남은 낚시 바늘을 쥐고서야 아깝다 큰 놈인 것 같은디 서운하네
그래 서운타만 연거푸 내뱉으시는 아버지
날 앞에 두고도 서운하다고만 하시는 우리 아버지가 저 깊은 잿빛 바다색에 묻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