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역과 서울역, 그 사이 빈 시간

by 최서희

기차를 기다린다.
그럼 기차가 오겠지.
그렇게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이,
하나, 둘, 셋...

나는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에 섞여 기차를 기다린다.
내가 닿을 곳은
여기보다 1시간 더 빠르게 가는 곳,
기차가 연착이다.
7분,
그럼 그곳은 다시 1시간 하고도 7분 빠르게 간다.
나는 1시간동안 이곳도, 그곳도 아닌 곳에서 숨을 쉰다.

시간여행을 한다.
내가 기차에 오르면 이곳은 벌써 과거가 된다.
내가 내리는 곳은 지금쯤 1시간을 벌기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겠지.
나는 여기 이렇게 멈춰 있고
내가 떠나왔던 이곳은 이제 그곳이 되고
내가 닿을 저곳은 이제 곧 이곳이 되겠지.

그곳도, 이곳도 그리고 저곳도
모두 쉼 없이 움직인다.
그러나 나는 멈춰있다.
의자에 앉아, 때론 의자에 기대어.
1시간짜리 시간여행을 하고 있다.

지루한 시간.
때론 눈 한번 감은채로 보내어지는 시간.
지루하고 따분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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