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by 최서희

밤 11시 53분

저 사내,

지금 1시간이 넘게 의사에게 삿대질을 하고 있다

핏대를 세우며 달려드는 사내와는 달리

저 의사,

지루한 듯 졸린 눈으로 때가 꼬질꼬질하게 낀 들대만 보고 있다


사람이 죽었다

그것도 점심나절 반주로 소주까지 나눠마시던 아재가 죽었다

경운기 손잡이에 찧었다며 놈 부끄럽다고 이마를 가리며 웃던 아재가

저기 죽어 누워있다


사내는 아깝다

그나마 남아있는 온기라도 가족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런데 저 인정머리 없는 의사는 들것을 잡고 고집을 피운다

쌔내기를 타고 뱃길을 갈라야하는데

이불에 둘둘 말아 데려가랜다

그깟 들것이 얼마나 한다고

섬사람들한테는 내줄 들것이 없다고만 한다

병원을 나와 택시를 잡는데

오갈 데 없던 사내의 삿대질이 부매랑이 되어

가진 것 없는 섬사람 가슴에 고스란히 와 꽂힌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