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같습니다.
그대, 내게 바람같기만 합니다.
색도, 무게도, 모양도 없는 것이
잊은 듯하면 살랑살랑 내 빰을 부비며
나, 여기 있어... 합니다.
아니겠지, 의심하기라도 하면
나, 맞아... 하며 내 머리칼을 쓸고는 옆으로 비켜 서 있습니다.
잡고 싶습니다.
팔을 휘저어, 손가락을 쫙 펴, 위 아래로, 좌 우로...
그대, 아니지요... 하는 나를
옆으로 비켜 서 쳐다만 보는 그대를
한번만, 만져보고 싶어...
한번만, 만져보고 싶어...
보는 걸로는 안돼...
만져보고 싶어...
도마의 마음이 아니야...
애틋한 여자의 마음인 것을...
아직도 옆으로 비켜 서 있기만 하는 그대가, 내게는 바람같기만 합니다.
그대를 그리워 찾는 내 마음을 확인하고는 멀리 떠나버리는,
그러다 잊을만하면 다시금 찾아와
내 빰을 부비는
내 머리칼을 쓸고는
옆으로 비켜 서, 내 애간장을 태우는 그대가, 내게는 바람같기만 합니다.
바닥에 새겨둔 글자,
글자를 해집고 들어간 곳에서, 행여나 그대 만날 수 있을까...
저기, 저기, 저기 서 있는 그대 얼굴 볼 수 있을까...
눈물에 가려 흐릿한 그대는, 다시금 바람처럼 멀어져만 갑니다.
손수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는 나를 한번 휘~ 젓고는
다시금 저만치 바람처럼 사라져 버립니다.
바닥에 주저앉아 멍한 나를
멍한 나를 모른 척 하고는 멀리, 멀리, 멀리...
곧 오마, 속히 오마, 하시고는 하늘 높이 멀리, 멀리, 멀리...
기름 가득 채워 그대 기다리는 나는, 바람같기만 하는 그대를 기다리는 나는
심지를 가득 채운 불꽃마냥
새빨갛게 타오르다
새빨갛게 타오르다 나는, 행여 바람으로 와서 이 불꽃을 재워주실까...
바람같기만 하는 그대가, 바람처럼 와서, 나를 쉬게 하진 않을까...
뜨거운 가슴 안고 멀리, 멀리, 그대가 가버린 저 하늘만 우두커니
우두커니
바람같기만 하는 그대를
나는
우두커니
기다립니다.
그대,
나를 한번만 봐주오...
나를 한번만 봐주오...
그대가 나를 한번만 봐주오...
한번만...
그대가
나를
한번만
봐주오...
나를
그대 바람결에 태워
그대 가시는 그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