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

by 최서희

내가 들어올린 것은 물고기가 아니었다

낚시대를 건드린 것 또한 물고기가 아니었다

바다에 물고기만 산다는 생각

낚시대의 갯지렁이는 물고기만 유혹한다는 생각

내 지루한 일상속에 갇혀있는 생각

아주 답답한 좁은 골목길을 닮은 생각


저 둘은 나란이 가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검은 색의 물고기는 더 뒤에, 더 큰 물고기일지도

같은 크기로 나란히 갈거라는 생각

아주 편협하고도 고지식한 생각

내 지루한 일상속에 갇혀있는 생각

아주 답답한 좁은 골목길을 닮은 생각


내가 건져올린 것은 불가사리였다

불가사리는 지네보다도 더 많은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불가사리는 다리가 없을거라는 생각

그래서 내 눈에는 그 많은 다리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희수가 지르는 함성

"아~ 징그러워. 이모, 다리가 너무 많아, 꿈틀거리는데 징그러워"

나는 생각을 키우기 위해

생각을 가둬놓고 사육한다

그런데 내 생각은 아직도 7살의 꼬마를 따르지 못하고있다

저렇게 많은 다리 하나도 못보고

내 생각은 뻔뻔하게 아주 많이 자라고 있다고

제 주인인 나를 속이고 헷갈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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