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최서희

세상에

이라는 단어보다 더 생그러운 말이 있을까?
부러지지 않고
바람에 누웠다가 금방 또 일어나는
대나무처럼 꼿꼿했던 내 이름이
어느새 풀처럼 말랑해져 있다
잠깐 누웠다 일어나면 어떠냐
대쪽같지 않으면 어떠냐
땅바닥에 붙어있으면 좀 어떠냐
사람들 발목에 얼굴 부비고
사람들 등판에 깔렸다가
다시 금방 또 일어나 아장아장 걷는 아기
온몸으로 받쳐주며 사는데
그깟 폼 좀 안나면 어떠냐
이렇게 생그러운데
이렇게 활짝 핀 웃음소리 가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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