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대문 없는 집이 있다.
때로는
지나쳐도 되는 집이 있다.
너무 오래되어,
너무 익숙해서
다시 돌아보지 않아도 되는 집.
하지만
나는 종종
그 집 앞에 멈춘다.
아빠는 낮부터 소주를 마신다.
엄마는 조용히 밥을 먹는다.
TV는 켜져 있지만,
누구도 보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이따금 그 집을 이렇게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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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대문 없는 집이 있습니다
이가 다 빠져 초라한 틀니를 내밀며
씩~ 웃으시는 두 노인네가
자고 먹고 웃고 숨 쉬는 그런 집이
내게도 있습니다
내게도
돌아가 시를 쓰며 살고 싶은 집이 있습니다
대문도 없이 나를 기다리는 그런 집이
내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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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아끼게 되는 집.
너무 많은 말이 지나간 자리라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가면 꼭
묻지도 않고 묻히는 곳.
대문은 없지만,
그 집은 늘
기다리는 쪽이다.
그 집은
비가 와야 두 내외가 마주 앉을 수 있다.
해가 뜨면 남편은 바다로,
아내는 밭으로 흩어진다.
햇살이 들면 등 돌리고 나가고,
어둠이 오면 조용히 불을 끈다.
밥은 소리 없이 먹는다.
서로의 손등 위로 놓인 그림자가 밥상을 지나갈 때,
그제야 둘이 있음을 안다.
비가 와야
할 일이 줄고,
괜히 방 안에 오래 머문다.
그제야 같이 있다.
같이 있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도, 같이 있는다.
그 집에는
농사꾼의 아내와
농사꾼이 있다.
날씨에 따라 말이 많고,
하루 일과에 따라 숨이 깊다.
서로의 허리에 손을 올리지 않아도,
한쪽 등이 굽으면 다른 쪽이 따라 굽는다.
농사꾼과
나란히 늙어가는 집.
멀리서 보면 조용하고,
가까이서 보면 조용하다.
그런 집이
내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