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상한 사람인 줄은 알았지만, 진짜 이상한 사람인 줄은 몰랐습니다. 어릴 때부터 어딘가 남달랐습니다. 밤낮이 바뀌어 낮에는 자고 밤에는 울었으며 사람에 대한 친밀감을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지나가던 어른들이 아기인 저에게 "까꿍"하면 울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정작 병원 가서 주사를 맞을 때는 울지 않았다고 해요. 굵은 장대비가 땅에 떨어지는 모습을 유치원의 현관문을 통해 한참을 바라보던 저의 모습도 기억납니다. 초등학교 때 새로운 반이 되면 누군가가 내게 먼저 말을 걸어주기까지 기다리기만 할 뿐 제가 먼저 말을 거는 법은 없었지요. 남들 앞에서 목소리 내는 것이 두려워 출석을 부르는 시간이면 바짝 긴장한 채 덜덜 떨었습니다.
사회성이 없고 말주변도 없을뿐더러 상냥함이나 친절함과도 거리가 멀었습니다. 빠릿빠릿하거나 야무진 구석이 없고 행동은 느리고 모든 게 어설프고 어눌하고 굼뗬지요. 그런 제가 수능이 끝나고 고깃집 알바를 시작했으니 어땠을까요? 손님이 오면 뒤로 숨었고, 배고프면 반찬 가져다 먹으라는 사장 님 말에 진짜로 샐러드를 가져다 먹었으니 일주일 만에 잘렸습니다. 제가 최초로 경험한 사회의 냉혹함이었습니다. 세상은 저 같은 사람을 원하지 않을뿐더러 변화시키고 키워줄 생각이 없습니다. 어차피 돈만 주면 일하겠다는 사람은 많고 다른 사람을 채용하면 그만이니깐요. 알바 마지막 날, 제 또래의 여자아이가 한 명 와 있었습니다. 저는 또 눈치 없게 저와 같이 일하게 된 아이인 줄 알고 반가워했고 친하게 지내고 싶었습니다. 그 아이는 처음 해 보는 일인데도 싹싹하게 잘했습니다.
그래도 그 고깃집 사장님은 나쁜 어른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일 못한다고 구박하거나 잔소리하지 않았고, 제가 바뀌기 쉽지 않을 거라는 걸 빨리 간파하고 현명하게 사람을 교체했습니다. 마지막 날, 직원들 모두 고기를 먹이며 회식을 시켜 주셨고 다 먹고 난 뒤 조용히 저를 불러 오늘까지만 일하라고 말하며 그동안의 시급을 계산한 봉투를 건넸습니다. 아마 사장님도 그 말을 꺼내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제 수능을 갓 치르고 사회 경험 전혀 없는 어린 여학생을 자르는 심정 또한 편치 않았을 것입니다. 인생 최초로 해고 통지를 받은 저는 가슴이 두근거리며 심장이 무너질 것 같았습니다. 제가 못나고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습니다. 알바 잘렸다는 것을 엄마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고민이었습니다. 막상 엄마는 어느 정도 예상을 했는지 이 사실을 덤덤히 받아들였습니다.
그 뒤로도 호프집 알바와 종합 병원 데스크 알바에서 잘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물론 잘 해낸 알바도 있습니다. 문구점에서 도둑 감시하는 일, 지인의 공장일, 텔레마케터는 잘리지 않고 잘 해냈습니다. 하지만 어떤 곳이든 싹싹하고 야무지고 활발하고 적극적인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불변의 진리입니다. 저를 자르진 않았지만 아마 저를 좋아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사회성 없는 제가 할 수 있는 알바는 한정되어 있어 휴학을 마치고 복학한 이후에는 알바를 하지 않고 졸업했습니다. 아르바이트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으니까요.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학원 강사와 초등학교의 방과 후 강사를 거쳐 현재는 기간제 교사를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제 성격에는 전문성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하는 일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눈치껏 싹싹하게 일해야 하는 데스크 직원이나 경리는 저와 상극입니다. 교사도 일반 교과 교사보다는 소수를 상대하고 독립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특수교사가 더 맞습니다. 제게 맞는 일을 찾은 후에는 자존감과 자신감도 점차 회복되었습니다.
마흔이 훌쩍 넘은 지금은 제법 할 말도 잘하고 예의상으로 하는 빈 말도 잘합니다. 윗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말도 할 줄 알고 처음 보는 상대외도 대화를 잘 이끌 줄 알고 어느 정도 사회화가 되었습니다. 제가 계약직 생활을 하며 거친 면접과 직장이 얼만큼인데요. 무수한 경험은 사람을 바꾸어 놓습니다. 이제는 제가 사회성 떨어지는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정도입니다. 솔직히 세상에는 저보다 더 이상한 사람들이 쌔고 쌨는걸요.
네. 아무튼 제 성격 진짜 이상하지요. 오죽하면 그 흔한 고깃집 알바, 호프집 알바도 못하고 잘렸겠습니까? 심지어 호프집에서는 계산도 잘못하고 그랬습니다. 제가 이상한 줄은 알았지만 조울증과 ADHD, 그리고 사회불안장애일 줄은 그 당시에 꿈에서도 생각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지나치게 내성적이고 사회성이 부족한 줄로만 알았습니다.
제게 찍힌 병명들을 떠올리면 제가 정말 이상한 사람이 된 기분입니다. 평범함에서 멀어진 기분입니다. 이제 겨우 사회생활 잘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겨우 남들처럼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겨우 평범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거꾸로 생각해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