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다시 만난 날, 그리고 변화된 그녀의 모습
늦은 저녁 그는 TV를 보며 잠시 그녀 생각을 잊고 싶었다.
그때 휴대폰에서 “카톡, 카톡” 하면서 문자가 왔다.
휴대폰 창에 표시된 발신자는 김향란으로 표시가 되어있었다.
그녀다!
문자를 열어 보았다.
“오늘 도착했어요. 내일은 피곤해서 공원에 못 나갈 것 같아요.”
그는 답장을 보냈다.
“즐거운 여행이었냐, 재미는 있었냐?” 등,
그러나 실제로 그의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당신이 너무 보고 싶었다.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
내 생각은 해 보았느냐?”의 내용은 보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그의 일과는 그 어느 때보다 바빴다.
그동안 관리하지 못하여 지저분하고 더럽기도 한 그의 모습을 정리하여야 하였고,
어수선한 집 안도 정리하여야 하였으며,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하나 생각도 해 두어야 하였기 때문이다.
우선 목욕탕으로 갔다.
머리도 깎고 염색도 하고,
우선 그녀가 보기에 신사처럼 보이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집 안을 열심히 청소하고 정리 정돈을 하였다,
그래야 마음도 정리 정돈이 될 것 같아서였다.
집 안 정리가 끝나고 그는 소파에 앉아 커피의 향을 음미하며,
그녀에게 할 말을 머릿속으로 정리하여 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만나면 제일 먼저 “왜 연락도 없었냐?”라고,
투정도 해 보고,
“내가 보고 싶지 않았냐?” “나는 정말 당신이 보고 싶었다”라고
구애도 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철부지의 세월은 지나가 버린 지가 오래되어,
그냥 마음속의 말로 남겨 두기로 하고,
그는 휴대폰 메모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낮의 햇빛은 너무 강렬하여
모두가 그에게 고개를 숙이고
쳐다보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일몰의 낙조는
”낮의 그 강렬함이 자신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미안해하면서
자신의 자태가 얼마나
온화하고 아름다우며 신선한지를
모두가 느끼고 알 수 있도록 보여주고서는
서서히 빛을 줄이며
모두에게 마지막의 경의를 받으며
서서히 숨어들어 갑니다.
우리도 이런 일몰의 낙조가 아닐까 비교해 봅니다.
“일몰의 낙조처럼
우리도 누구에게는 조금은 아름다운 모습을 남기고
숨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 누군가가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과 만난 지 거의 두 달이 되었네요.
그런데도 오래전에 만난 사람처럼 그리움이 남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 메모를 카톡으로 그녀에게 보냈다.
그날 답신은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이제 제법 날씨가 더워졌다.
공원 벤치에 한 시간 앉아 있기가 힘든 벌써 계절은 여름의 문을 열고 와 있었다.
그리고 그날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 신호가 간 뒤에야 그녀는 “누구세요” 하며 전화를 받았다.
순간 제가 누군데요 답하여야 하는데, “철수입니다.”라고 답하기도 좀 쑥스러웠고,
그냥 “전대요.” 하기도 좀 어색하였다.
그녀의 휴대폰에 내 이름이 표시되어있다면 금방 알 수 있을 땐데 하는 순간이었다.
“아, 철수 씨, 안 그래도 문자를 보낼 참이었어요".
"오늘 날씨가 더우니, 이따 오후 네 시경에 전번 만났던 그 카페에서 만나고 싶어요.”
그는 “예 알겠습니다.” 짧게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또 후회한다.
좀 더 길게 통화 할걸, 이렇게 가슴에 쌓인 말들이 많은데
“아, 정말 나는 안 돼.” 하면서 머리를 뚝뚝 쳤다.
그는 나름대로 철저히 준비한다고 하고 서두르기 시작했다.
도무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허둥지둥 그는 그렇게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빨리 그 카페에 나가서 그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시간이 이렇게 길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한 시간이 체 못되어 그녀가 나타났다.
완전히 다른 모습의 그녀다.
머리는 염색과 파마를 했고 얼굴에는 그가 생각하기로는 진한 화장이었다.
그리고 곁으로 다가와 “잘 지내셨어요?” 웃으며 인사를 하였다.
그는 벌떡 일어나 변화된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아니 무슨 여행을 갔다 오셨기에 이렇게 젊어지셨어요.” 하고 그녀를 맞이하였다.
정말 그 당시 그녀의 모습은 공원 벤치에 앉아 있던 그녀가 아니었다.
그냥 멋을 부린 중년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그의 맞은편에 앉았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정말 오월의 그 활짝 핀 장미 같았다.
그녀는 이번에는 차를 시켰고 그는 전과같이 카레멜마끼아토를 시켰다.
그는 여행에 관하여 이것저것을 물어보았으나 그녀의 대답은 늘 “재미있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라고 답하는 그녀를 찬찬히 쳐다보았다.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공원에서 만났을 때 더욱 조금 더 여윈 것 같고 하얀 손은 전보다 더 가늘고 길어진 것 같았다.
그는 그녀에게 “여행이 피곤했나 봅니다, 좀 여윈 것 같아요” 하고 말하였다.
그녀는 사실은 여행이 힘들어서 애초보다 시간을 더 소요하게 되어 일주일이나 늦게 왔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동안 그가 보낸 카톡 문자를 도착해서 보았노라 하면서,
혹시 다음에 여행을 가게 되면 꼭 휴대폰을 가지고 가겠다고 하였다.
그녀는 그가 일방적으로 말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미소를 지으면 계속 듣고만 있었다.
그는 좀 서먹해졌다.
그는 그녀에게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었다.
용기를 내어 고작 한 말이 “걱정되었습니다,
혹시 여행하시다 아프지 않았는지……”
“보고 싶었다.” 왜 이 말을 하지 못하나 그는 속으로 가슴을 치며 답답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