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사랑, 그리고 마지막 이별

제6장 기다림의 시작, 그리고 두 주간의 공백

by 장윤길

그날도 그는 그 시간에 공원으로 향하였다.

그날은 그녀가 그보다 먼저와 있었다.


그는 인사를 하고,

“이번 주 편한 시간에 최근 개봉하는 영화표 두 장이 있는데 같이 가실래요?”하고 물어보았다.


그녀는 미안한 표정으로,

“어렵겠어요, 내일부터 두 주간은 딸들 가족과 여행을 가기로 해서 내일부터 두 주간은 공원에 나올 수가 없을 것 같아요.”라고 하였다.


그는 “안 돼요!”하고 외치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그런 말을 할 아무런 존재가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기에,

대신 “잘 다녀오세요.” 이야기하고는,

주절주절 그가 미국의 지식을 보러 갈 때 마음을 두서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닌데….

진정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이 없으면 나는 그 두 주간을 어떻게 혼자 지내란 말입니까?”라고 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 드려야 했다.


그날 그는 처음으로 그녀의 휴대폰 전화번호를 물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기의 번호를 그에게 주었고, 하지만 그녀는 “여행 기간은 집에 두고 갈 거예요.”라 했다.

그는 당황했다.

아! 이 일을 어떡하면 좋아 “그럼 두 주간은 전혀 연락이 안 되겠네요?” 하고 그는 물었다.

그녀는 그의 휴대폰 번호를 가지고 가니,

“경치 좋은 사진이나 전할 이야기가 있으면 딸아이들 휴대폰을 통하여 연락할게요.” 하였다.


그녀가 휴대폰을 휴대하지 않는 이유는 자주 잃어버려 가능하면 휴대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화를 내고 싶었지만,

현실은 어제나 공허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그날은 그렇게 헤어져야 했다.


그날 저녁 그는 혼자서,

최근에는 잘 마시지 않는 술을, 가끔 가는 카페에서 쓴 스카치 한 잔을 시켜놓고

지난 옛일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렇게 술을 좋아했던 젊은 시절, 별의별 술자리를 다 해 보았고, 아내의 원성도 한없이 들어 보았다.

그래도 그때는 술을 마시면 직업의 스트레스는 해결이 되었고 마음의 안식도 가끔은 되었다.


그러나 오늘은 왠지 텅 비워버린 그의 가슴 한복판에

이 술이라도 채워야 할 것 같아 이 카페를 찾았다.


늘 상 혼자인 이 카페에서 여주인은 한 번씩 이런 농담을 했다.

“왜 혼자 다니세요, 사모님도 한번 같이 오세요, 그러면 제가 멋지게 한번 쏠게요.”

그때마다 “사모님은 아파, 그래서 혼자와 언젠가 나으면 같이 오지.”하고 대답했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아픈 것 같았다.

왜 이렇게 가슴이 쓰린지, 창밖의 불빛은 흐릿했고,

그녀의 빈자리는 그의 마음을 더 깊게 만들었다.


“이것이 사랑이 아닐까?” 그는 문뜩 이런 생각이 났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어 “사랑의 감정”이란 단어를 쳐서 넣었다.

수없이 많은 정의 해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현재 그의 마음을 이해시킬 문구는 없었다.

그는 이럴 때는 어떻게 하라는 답을 바랐지만, 해답은 없었다.

그날 그는 몇 잔의 스카치를 더 마시고서는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그녀에게

“혹시 괜찮으면 배웅이라도 하고 싶어요.” 하고 카톡으로 처음 문자를 보냈다.

답장이 왔다.

“가족과 같이 가는 여행이라 배웅이 없어도 괜찮다.”라는 답변이다.

그는 서운함을 느끼면서 “잘 다녀오세요.”라는 마지막 문자를 보내고

소파에 앉아 지난 세월의 자신을 뒤돌아보았다.


그는 누구보다도 바쁜 세월을 살았다.

아내는 어느 보살님이 특별히 당신의 사주를 보아주었는데,

당신은 “발바닥에 바퀴가 달려있어 평생을 바쁘게 살아야 하는 팔자.”라고 했다.


정말 그 사주가 맞는 것처럼 그는 그렇게 바쁘게 살았다.

잠시도 쉬어보지 못하고 달리기만 하였다.

그래서 그 덕분에 남들보다 퇴직이 늦었다.


아내와의 즐거운 시간은 잠시였다.

퇴직 후 둘은 열심히 여행도 다니고 골프도 치고,

미국의 아들 집에 가서 몇 달을 살기도 했다.

그때가 가장 즐거울 때였다.


아내도 “이제야 당신과 같이 산다는 기분이 들어요.”라고 했다.

퇴직 전에는 늦은 귀가 잦은 출장, 퇴근은 항상 술 냄새와 같이 이었다고,

털어놓으며 서로 웃기도 했다.

신은 “불행은 오래가지도록 정하여 두었고,

행복은 가능한 한 짧게 가지도록 정하여 둔 것” 같았다.


그런 아내와 그 즐거운 시간을 얼마 보내지도 않았는데,

신은 급하게 아내를 불러들였다.


생각지도 못한 교통사고로 그는 그렇게 아내를 보냈으며,

이후 혼자가 되었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얼마나 의미 없고 지루한 것인지를 그는 뼈저리게 느꼈다.


가끔은 세상과 이별 할 생각도 했다.


어렴풋이 잠이 들었고 “카톡, 카톡” 하는 소리가 잠을 깨웠다.

그녀로부터 문자가 왔다.

“괜스레 혼자 공원에 가서 시간을 보내지 마시고 친구나 후배를 만나서 좋은 시간 보내세요.”라는 조언의 문자였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할게요.” 하며 답장을 보내고

그녀도 나를 많이 생각하고 있구나, 느끼며 잠자리로 갔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그녀와의 만남이 없다는 생각을 하니,

또다시 예전의 답답함이 물밀듯이 또 밀려왔다.


그녀를 만나기 전의 그의 생활은 그래도 규칙이 있었지만,

당장 오늘 아침에는 어디를 가지, 무엇을 하지, 걱정이 앞섰다.


“카톡, 카톡” 그녀에게 문자가 왔다.

“지금 출발해요.”

그는 알았다.


그녀가 이 휴대폰으로 카톡을 보내는 것이 마지막이란 것을,

그는 급하게 그럼 연락이 가능한 딸의 전화번호라도 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더 이상의 답장은 없었다.


그는 생각했다.

“그래 두 주만 참으면 그녀를 만날 수 있으니 다시 만났을 때,

그녀를 기쁘게 할 그 무엇인가를 찾아보자.”라고.


그리고 다음에 만나면 꼭 한번 집으로 초대해 그녀에게 맛있는 식사를 한번 대접하겠다고 생각하고

급하게 인터넷으로 요리탐구를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녀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한 번도 물어보지 못한 것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그는 두 주일 동안 그녀를 다시 만나면 “무엇을 해 줄까?” 하며

이것저것을 하느라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었고,

그도 자신을 가꾸지 않아 텁수룩한 수염에 다듬어지지 않은 머리모양,

자신이 보아도 이해가 되지 않는 현상들이었다.


이번에 다시 만나면 꼭 손이라도 한번 꼭 잡아야지,

어깨도 한번 감싸주어야지,

키스라도 한번 해 볼까?


그의 마음은 이미 노년의 그 답답한 마음이 아니었다.


그냥 젊은이들이 사랑에 빠졌을 때와 다를 바 없었다.

손은 어디서 잡을까? 극장에서? 공원에서?

아니 극장이나 공원보다는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가자,

그리고 자연스럽게 잡아야지,

그는 바빴다.


인터넷으로, 현장답사로 그렇게 두 주일이 지나갔다.


그녀가 여행을 떠난 지도 벌써 그렇게 두 주일이 지났다.


그녀로부터는 왔다는 연락이 없다.


그러나 그는 그녀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그냥 두 주간의 여행이라고만 했지,

정확히 며칟날 온다는 날짜는 한 번도 이야기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아차 했다.


그녀로부터 연락이 없으면

그는 어쩔 수 없이 그 공원에 다시 가서,

그 벤치에 앉아 있는 일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그녀와의 만남을 기대할 방법이란 것을

기억하고서는 큰 한숨을 쉬었다.


다음 날 아침, 그녀가 떠난 두 주일 후의 첫날,

그는 다시 공원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벤치에 앉아 오지 않은 그녀를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그다음 날도 어제와 꼭 같은 날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더 흘러갔고 그녀가 여행을 떠난 지 삼 주일이 되었다.


안절부절못하며 그도 그렇게 그 일주일을 보냈다.

그 사이 몇 번의 통화를 시도하였으나 그녀의 휴대폰은 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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