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사랑, 그리고 마지막 이별

제8장 영화관의 손, 그리고 마음의 떨림

by 장윤길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은 흘렀고,

그녀는 그만 가야겠다고 했다.


아직 피로가 덜 풀려 피곤하다며,

그 대신 내일은 전번에 말한 극장을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그는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럼 “내일 몇 시 정도가 좋을까요? 하고 물어보았다,

그녀는 가능하면 오전 중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오후는 아마 더울 것 같다며,

그는 알았다 하고 지금 가서 예매하고 시간을 알려주리라 하며 그녀와 카페를 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그녀의 아파트 단지 앞까지 같이 걸었다.


그날 그는 영화표를 예매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내일은 정말 나의 마음을 그녀에게 이야기하리라“ 마음먹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그날 왠지 잠이 오지 않았다.

먼저 간 아내에게도 이런 감정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그는 정말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마음이 들어도 괜찮은 건지 아니며 사치를 누리는 것은 아닌지……

문자를 보냈다.


상영시간과 만날 장소와 시간,

그러나 그 미안한 마음속에서도 그녀의 모습이 그의 머릿속에 전부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는 냉정해지고 싶었다.

그 어려운 직장생활에 익숙해졌던 냉철함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지만,

한번 그녀를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보았다.


그가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냉정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없다.

그 또한 그녀로부터 받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

죽은 아내에게까지 미안할 정도로 가지는 이 감정을 더 이상 유지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 내일 같이 영화 보고, 식사나 하면서,

“우리는 그냥 공원에서 만나 이야기하는 사이이면 좋겠다.”라고 이야기 하자.


“서로 친구처럼 편안한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기다림을 만들지 말자고……”

헉! 이 무슨, 이별의 말도 아니고,

무슨 깊은 관계도 아닌데 이런 말을 해야 하지,

그는 속으로 웃으며 조금은 냉정해질 수가 있었다.


다음 날 그는 시간에 맞추어 그녀와 약속한 장소로 가서 그녀와 만나 영화관으로 갔다.


제목은 Begin Again, 그 내용을 보면 사랑의 이별도 있었고,

슬픔도 있었고 환희도 있었고 애뜻한 감정이 있으며 서도 끝에는 가정으로 돌아가는 내용의 영화였다.

눈물도 났다.

그녀는 그 대목에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것 같았다.

영화가 끝나고 갑자기 밝아진 영화관을 나오면서 그녀가 기우뚱하였다.


그는 얼른 그녀를 부축하듯이 팔과 손을 잡았다.


참 차갑다는 느낌을 순간 받았다.


그리고 둘은 가까운 레스토랑으로 가서 점심을 시켰다.

그는 스테이크를 시켰고 그녀는 야채 샐러드를 시켰다.

잘 먹는 편은 아니었다. 나는 내 몫을 알뜰하게 먹었다.


그녀가 하는 말이 “철수 씨, 식사하는 모습이 참 여자로서는 보기가 좋아요,

남자가 맛있게 먹는 모습은 여자의 눈에는 참 좋게 보이는 매너예요.”라며 칭찬하였다,

그리고 건강한 것 같다며 건강을 잘 유지하라고 당부도 했다.


그는, 그의 건강 비결을 이야기하고 건강과 식사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면서

이런저런 자신의 자랑을 하였다.

그녀는 그냥 미소를 지으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듣고 있었다.


한참을 이야기하던 그는 그녀를 보고서 “향란 씨는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늘 일상의 생활이 건강이에요.”라고 답하였다.


그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를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으나 그녀가 건강하다는 답으로 들었다.


그리고 그녀를 그녀 아파트 정문 입구까지 데려다주고 그는 도서관으로 갔다.

오늘은 좋은 글을 찾아서 메모하여 그녀에게 보내 주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그는 시를 휴대폰 메모에 적기 시작했다.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 지라도”와 구르모의 “낙엽”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그날 저녁 그는 그가 메모한 시들을 그녀에게 보내었고

더 하여 이런 글을 남겼다.

“그동안 혼자 살면서 참 지루하고 답답했어요.

그러나 요즈음은 내일이 기다려져요, 왜냐하면 공원에서 그대를 만날 수 있으니까요.”


가장 자신의 함축된 마음을 표시하는 것 같아서 그렇게 썼다.

보내고 나서 그의 얼굴은 홍당무가 된 것 같은 부끄러움이 앞섰다.


답장이 왔다. “당신은 전 직업이 시인이었어요?”라고

“낙조의 이야기도 이런 사연도 자기에게 최고의 선물이다.”라고 답장이 왔다.


그 답장을 받은 그는 마치 소년이 된 것 같았다.


이런 칭찬도 처음이었지만, 그녀도 그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다음 날 도 또 그다음 날도 그리고 다음 날도,

그들은 뜨거운 날씨에도 공원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는 그때마다 생각했다.

“손 한번 잡아 볼까, 어깨에 손 한번 얹어볼까?” 가슴은 두근두근 그렸지만,

그러나 용기가 없었다.


“이게 사랑일까?”


6월의 날씨는 어느덧 공원의 벤치를 시샘이나 하듯 더워졌고,

그들도 그렇게 오래 공원에 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이른 장마가 시작되었다.


매일 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환경이 안 되었고, 휴대폰으로 인사를 하는 날이 많아졌다.

그는 많은 마음속 내용을 문자에 담아 보냈다.


“바람과 구름”

당신은 바람이려니, 나는 구름이려니,

바람이 부는 대로 떠도는 구름,


막힌 곳도 없고 멈추지도 않으며,

바람이 가는 곳으로 흘러가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바람마저 없으면.

그 아름다움이 마음에 와닿을까?


바람이 선선하게 불면,

나뭇잎은 날갯짓하고,

뭉게구름 두둥실 떠돌 때면,

모두의 사랑을 다 차지하네.


태풍은 먹구름과 같이 와,

모두들에게 두려움과 원망을 받고,

선선한 바람이 되고서야,

그늘을 만드는 구름이 되는 것.

누구에게나 한 점의 두려움을 주지 않는

당신과 나는 그런 바람과 구름이려니.

구름이 가진 건 빗물이라네,

무거워지고, 이고 있기 힘들어,

순한 빗방울을 뿌리면 정겹기도 하지만,

폭우를 쏟아부을 때는 무서움도 있다네.


바람이 인도하는 곳으로,

막힘없이 흘러가는,

구름이 머물 곳은 바람뿐인 것을,


바람과 구름은 하나인 것을.

태풍도 먹구름도 하나인 것을,

미풍도 뭉게구름도 하나인 것을,

당신과 나인 것을…….


그가 보낸 만나자는 문자에 대한 답변은 항상 그녀가 좀 한가해지면 연락할 게 요였다.

또 전화하였다.

그녀는, 그리 바쁘지는 않지만, 손자를 간수하기가 그리 만만하지 않다며, 조만간 유치원 방학을 하면 훨씬 시간이 많이 날 거라는 대답이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지막 사랑, 그리고 마지막 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