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사랑, 그리고 마지막 이별

제9장 그녀의 집 방문, 그리고 서로의 과거

by 장윤길

그러던 어느 날 그녀로부터 전번의 카페에서 만나자는 문자가 왔다.

그는 휑하니 먼저 나가 기다렸다.

그녀가 왔다.


그런데 얼굴이 전보다 조금 더 수척해진 것 같다.

컨디션이 안 좋으냐고 물어보았다.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 철수 씨 집에 한번 놀러 가도 될까요?”


아! 이게 무슨 소리.

난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고 내일이면 괜찮을 것 같다고 대답하였으나,

그녀는 그냥 오늘 당신이 사는 모습을 한번 보고 싶다고 했다.


얼른 집안을 머리로 스캔하기 시작했다.

내일이라고 해서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었다.

집이 누추해서 여성분에게는 노출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그녀는 괜찮으니 꼭 가보고 싶다고 했다.


아내가 죽고 집을 정리하고 여기로 이사 온 이후 정말 한 번도 여자가 그의 집을 방문한 적이 없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그녀를 데리고 그의 아파트로 향했다.


“향란 씨가 내 아파트를 방문하는 최초의 여인입니다.”라고 하였고,

그녀는 “정말 저는 행운이네요.” 하였다.


아파트 문이 열렸고 그 둘은 입구에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두고 안으로 들어갔다.

19평 아파트는 혼자 살기에 좁은 편은 아니지만, 누구에게 보여줄 때는 작은 집이었다.


그녀는 거실의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살피고 옆에 붙은 주방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혼자 살기에 별다른 가구가 없어 거실은 꽤 넓게 보일 수가 있었다.


그의 거실에는 커튼이 없다.

그는 그냥 햇빛이 들어오는 것이 좋아 커튼을 달지 않았다.


거실에 걸린 커다란 가족사진 한 장 아내의 환갑에 온 가족이 모여 찍었던 사진이다.

두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 이렇게 10식구였다.


언제 보아도 보기가 좋다.

두 사람이 열 사람으로 연결 지워져 있어 참 화목한 가족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혼자다.

이것이 인생이란다.


그는 그 사진을 보면서 늘 상 그렇게 자기 인생을 평가하였다.


집 내부를 둘러보는 그녀의 모습이,

그가 젊은 시절 지방 현장에 혼자 근무할 때 그의 아내가 한 번씩 와서 검사를 하면서

잔소리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한참을 집안 이곳저곳을 둘러보고서는 이렇게 말했다.

“집이 참 깨끗하네요, 주방 그릇이 보기보다 많아요.”


그렇다, 주방 그릇이 많은 이유는 그의 아내가 죽은 후 다른 것은 대부분 다 정리하였는데

평소 아끼던 몇 가지 주방 그릇은 버릴 수가 없어 아내가 정리하던 모습 그대로 정리하여 두었다.

거실의 찬장도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여 둔 것이 아내를 기억하는 유일한 물건들이었다.


그는 웃으며 “아내가 즐겨 쓰던 몇 가지는 그대로 두어 그런 가봅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는 그녀를 소파에 앉을 것을 권했다.

그녀는 조심스레 소파에 앉았다.


그는 얼른 전기포트로 물을 끓였다.

그리고 찬장에서 아들이 준 차를 조심스레 찻잔에 담고,

어렴풋이 배운 차 타는 방법으로 찻잔에 담아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는 차의 향을 맡으며 “참 좋은 차 같아요.” 하고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 나서는 정말 차향이 좋고 맛이 상큼하다고 차에 대해 칭찬하였다.


그는 그러면 “가져가서 마시세요.” 하며 아들이 준 차를 그녀에게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원래 차는 “남이 타 주어야 진정한 맛이 나요.” 하며

다음에 오면 다시 타 주라 하면서 사양하였다.


아! 이 무슨 이야기 그럼 “다음에 또 오겠다는 말이구나.” 하고 미소를 지었다.


와! 대박…. 이렇게 생각하며 그는 원두커피를 내린 커피를 들고 와,

그녀와 나란히 소파에 가서 앉았다.


이제 앞에 보이는 것은,

꺼진 TV의 화면에 그들 둘의 모습이 보이는 것뿐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깨끗하게 남자가 혼자 살기는 참 어려운 일인데 자기 집보다 더 깨끗해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철수 씨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라고 했다.


잠시 그는 생각했다. 왜 알고 싶어 할까 궁금했다.

그의 아내가 죽고 난 후부터는 자기의 과거에 대하여 별로 누구에게든 말하고 싶지가 않았었다.

그는 그녀에게 별 이야기할 내용이 없다 하면서 주저하였다.


그녀는 그에게 그를 공원에서 언제 처음 보았고,

그가 앉은 자리가 좋아 보여 그렇게 그날 자리를 빼앗았노라 했다.


“철수 씨를 공원에서 처음 본 날, 그 벤치가 좋아 보여서 앉았어요.

사실은 말을 걸고 싶었어요.”

그녀는 그가 그녀를 인식한 때보다 더 이전에 그들 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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