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사랑, 그리고 마지막 이별

제12장 다가오는 이별의 그림자

by 장윤길

그리고 얼마간 시간이 흘렀고, 그녀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우리 큰딸이 이번에 남편이 미국지사로 발령이 나서 조만간 떠나요,

아마 저도 두서너 달 같이 가서 적응될 때까지 손자를 보아주어야 할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리 오래 헤어지는 것이 아니니 섭섭히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서,

집에 남편을 남겨 두고 혼자 여행을 떠나는 아내처럼 이런 것은 이렇게 하고 저런 것은 저렇게 하고

주절주절 많은 당부를 하였다.


그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 지으며, 이 여인도 나를 좋아하는가보다 느꼈다.


헤어져 있기는 섭섭했지만 그를 좋아한다는 그 느낌은 그를 더 가볍게 만들었다.


그는 그녀에게 “아니 무슨 철부지 유학 보내는 것도 아닌 데 그렇게 오래 뒤를 봐주려고 하느냐?”라며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렸다.


사실은 그도 첫째 아들 유학 보낼 때 그의 아내가 몇 달을 같이 있다가 온 기억이 났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단호하게 말하였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젠 혼자 잘 살아요, 와서 사는 것 보셨잖아요,

향란 씨가 없는 것이 문제지 내가 사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하고 답하였지만 내심 걱정이 되었다.


전번에 삼 주간을 못 보았을 때 얼마나 안달이 났던 기억이 났다.

그는 어찌 됐든, 이번에는 서로 연락이 두절 되지 않기를 약속해 주라고 부탁했다.

하루에 한두 번이라도 꼭 문자를 하자고.

그리고 카톡으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가려 쳐 주었다. 무료 동영상 통화하기 등등….


그날이 그가 그녀를 마지막 본 날이 되었다.


다음 날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사위가 급하게 떠나야 해서, 그래서 자기와 사위가 우선 먼저 가서 집도 정리하고 딸과 손자가 왔을 때 불편 없이 준비하여야 한다.”라고,


사위가 하도 부탁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고,

이미 비자가 나와 있다고 했으며 오늘 중으로 비행기 스케줄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준비할 것도 많고 오늘 날씨도 더워 그도 웬만하면 집에서 지내라고 당부까지 하였다.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좀 떨리는 목소리인 것을 그는 알아차렸다. 기분이 이상했다.


그때부터 그는 그녀와의 미래에 대하여 상상의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래 두서너 달만 지나면 이제는 그녀도 좀 자유스럽겠구나,


손자도 없고 시간이 많겠지,

그러면 무엇부터 하지,


여행을 갈까, 우선 가까운 근교의 산책을 먼저하고 조금씩 범위를 늘려 서울 인근, 전국으로,

그리고 해외여행으로, 미국도 좋겠다, 서로가 연고가 있으니…….”


무엇보다도 먼저 그녀가 떠나기 전에 이번만큼은 그가 먼저 손을 잡고,

꼬오옥 안아 주어야지, 이런저런 상상으로 잠이 들었다.


다음 날 그는 그녀의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며,

아침부터 어제저녁에 상상하였던 일들을 실천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기로 하고

인터넷 속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그 혼자의 여행이 아니라 그녀와의 동행, 마음이 급해졌다.

그날 하루는 인터넷 여행으로 금방 지나갔다.

그러나 기다리는 연락은 그때까지 오지를 않았다.

그는 인터넷 여행을 멈추고 그녀에게 카톡을 보냈다.


“출발 일자와 시간이 나왔는지요?”라고,

그리고 준비는 잘 되는지, 얼마간 시간이 지나서 카톡, 카톡 하면서 그녀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일 새벽에 출발합니다.

연락이 늦어 미안해요,

얼굴을 못 보고 갈 것 같아요,

걱정하지 말고 올 때까지 잘 지내세요.”라고 간단한 문자였다.


그는 당황했다,

그리고 다시 문자를 보내려고 몇 자를 적었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만나자고, 할 이야기도 있고,

그러다 통화 버튼을 눌렀다, 문자를 보낼 것이 아니었다.

신호가 같다. 그녀가 받았다.


“사정이 그렇게 돼서요. 이해해 주세요. 저도 철수 씨가 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

빨리 정리하고 가능하면 일찍 올게요.”라고 하면서 울먹였다.


그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그녀는 또 이렇게 말하였다,


“철수 씨를 만나서 참 행복했어요, 돌아오면 놓지 않을게요.”라며 또 울먹였다.


그도 눈물이 났다. 잠깐의 이별인데 이렇게 마음이 안타까워질 줄은 몰랐다.

그는 전화로 그녀의 집이 몇 동 몇 호냐고 물었다.

당장 가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대답 없이 통화는 끝이 났고, 그는 다시 전화번호를 눌렀지만,

그녀는 받지를 않았다.

이 통화가 그녀와의 마지막 통화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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