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장 불안한 작은 조짐들
그는 통화가 되지 않자 바로 그녀의 아파트를 향하여 달려갔다.
경비실에 가서 물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때 그는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폰 속의 그 많은 사진 중에 지금까지 그녀와 한 번도 같이 사진을 찍은 기억이 없었다.
그 여러 아파트 동 중에서 그녀를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는 몇몇 경비실을 찾아가서,
오후에 손자와 같이 유치원에서 오는 머리가 은빛인 여인이 혹시 여기에 살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자기가 참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왜 이런 날을 대비하지 못했나, 후회했다.
그리고 또 전화번호를 눌렀다,
마찬가지였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는 미칠 것 같았다.
그리고 정문 앞으로 나와 아파트를 쳐다보았다.
여름밤, 창문의 많은 불빛이 그를 쳐다보는 것 같았고,
어떤 창문에서는 “바보야” 하고 나를 놀리는 것 같았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119구급차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구급차는 그의 앞을 지나 아파트 어디론 가를 향하였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면서 그가 서 있는 정문 앞을 지나 휑하니 지나갔다.
그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여러 가지 자문을 해 보았다.
왜 전화를 안 받지?
아마 그녀도 마음이 그리 편하지는 않아서겠지,
어쩌던 출발 전에는 연락하겠지, 하면서 위안을 스스로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겠지, “사위와 딸이 내일 출발 준비를 한다고 야단법석 일던데,
자기와의 전화가 그들 앞에서 쑥스럽던지, 아니면 좀 그렇겠지….”
전화를 안 받는 것을 보면, 그래 잠깐인데,
내일 새벽 출발 전에는 연락이 오겠지,
그러고는 못다 한 그녀와의 인터넷 여행계획에 몰두하였다.
그날 밤은 잠도 설쳤다.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좋고 즐거운 생각, 힘들고 어려운 생각, 삶의 경험에서 오는 추측의 생각은 끝이 없었다.
다음 날 새벽 일찍 그는 그녀에게 전화했다.
받지를 않는다.
그는 그녀의 아파트 정문 앞으로 달려갔다.
새벽에 출발한다고 했으니, 마음이 급했다.
그녀의 아파트 앞에서 아파트에서 나오는 차들의 안을 마치 경비원처럼 한 대 한 대의 안을 쳐다보고 있었다.
여름의 새벽은 왜 이리 빨리 오는지, 벌써 출발한 건 아니겠지,
아침 햇살이 한창 뜨거울 때까지 그는 그렇게 지나가는 차 안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를 볼 수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그녀에게 또 전화를 걸렀다.
마찬가지였다.
신호는 가는데 전화는 받지 않았다.
그는 카톡과 문자로 계속 보냈다.
답장이 없었다.
그래, 그리 휴대폰을 잘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니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에는 휴대폰을 볼 거야,
그럼 답장이 오겠지,
그는 그때 생각이 났다.
가는 곳이 미국 어디였지,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것 같았다,
그것도 물어보지 못했다.
카톡을 보냈다.
또 답장이 없다.
전화를 걸었다.
수신자의 전화기가 꺼져 있다고 코멘트가 나온다.
배터리가 충전이 안 되었나, 아마 도착해서 정신이 없겠지. 휴대폰 관리가 제대로 되겠어? 하면서,
그런데, 그는 그녀가 그를 보고 싶어 할 텐데 좀 이상했다.
그는 직감적으로 무엇인가가 잘못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전화기의 코멘트는 똑같았다. “휴대폰이 꺼져 있습니다.”
그녀와 연락이 되지 않은 처음 며칠은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았다.
일주일, 이 주일이 지났을 때, 그는 그래, 조만간 연락이 올 거야,
그녀도 나를 보고 싶어 하니깐,
기다리자 그리고 그녀가 온 이후의 계획을 철저하게 세워 진행하는 거야.
마음의 안정을 그렇게라도 하며 찾아야 했다.
그러나 그 시간은 길어져 한 달이 훨씬 지났고 연락은 없었다.
그는 자기 자신이 얼마나 초라해져 있는지를 그때 서야 알았다.
정신이 초라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으로, 주변적으로, 술도 자주 마셨고, 담배도 피웠다.
집안은 엉망이었고 자신의 몰골도 엉망이 되어있었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