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의 25년도 상반기

계획 없이 돌아다니는 것도 엄청난 자유임을.

by 나무

나는 아직도 조지아에 있다. 상반기 내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예산도 절약하고 규칙 있는 삶을 살며 쉬고 싶었기 때문에 조지아에 1달 넘게 체류 중이다.


뭐 사실 생각 보다 여가생활비가 막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서유럽에 비교하면 50% 저렴한 환경에서 살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내가 퇴사를 했을 때는 작년 10월 중순이니 작년 4분기에는 발리에 있었고 25년도 1분기는 스페인(말라가, 그라나다), 독일, 체코(프라하), 오스트리아(빈), 슬로바키아(브라티슬라바), 헝가리(부다페스트, 시오포크),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이태리(밀라노), 프랑스 (몽펠리에, 파리), 영국(런던)을 돌아다녔고 2분기는 몬테네그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 북마케도니아, 불가리아 그리고 또 세르비아, 보스니아, 몬테네그로 마지막으로 튀르키예를 방문했다. 거의 3분기가 시작되자 조지아에 머물게 된 것.


물론 내가 자초해서 여행을 하고 있는 거긴 하지만, 앞글에 소개했던 것처럼 외항사 인터뷰 때문에 이렇게 계획에도 없는 장기 여행을 진행 중이다. 그렇다 보니 여행하다 보면 혼자 현타 올 때가 가끔 있다. 목적성이 결부된 여행에 나 홀로 준비되지 않은 여행이다 보니 그런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이런 삶이 또 다른 직장을 구하게 되면 그리워하게 될 삶이고 지금 딱 서른이 된 시점에 하나의 쉼표를 긴 인생이라는 마라톤에 그어라는 신의 계시가 아닐까라고 혼자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추억이라고 하는 게 사실 그때는 잘 모르지만 불과 몇 년만 지나서 돌이켜 본다면 미화가 되어 그립고 돌아가고 싶은 그런 감정을 만드는 것이니까.


이렇게 계획 없이 돌아다닌 게 처음은 아니다. 3년 전쯤 카타르 서울채용에서 고배를 마신 후 나는 별안간 외할머니집으로 가버렸고 그게 결국에는 계획에는 없던 제주도로 나를 이끌었었다. 그때는 가지고 있던 현금이 떨어지자 나의 이 떠돌이 생활을 보고 있던 친한 친구가 현금 50만 원을 나의 계좌에 넣어주며 제주도를 잘 즐겨라고 응원을 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그때 고배를 마시고 늦은 대학 졸업으로 자존감이 떨어졌을 때 계획에 없던 제주도 여행은 지금까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때의 경험에서 우러나와 지금 이 순간들도 먼 훗날에 빛을 바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다 결국 이 글들은 나를 위해서 쓰고 있다. 조금이라도 마음의 무게를 덜 어버리려고. 아니 자기 합리화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혹시 이 글을 보고 있는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응원합니다.)


*아래 사진은 한 달간 조지아에서 찍은 순간들...

조지아 정교회 벽돌 그림.
고양이에 친절한 나라. 본인이 그렸다고 소개하는 것 마냥 앉아있는 고양이.
티빌리시 국립 오페라 극장.
나에게 있어서 규칙적인 루틴을 유지하는데에는 요가가 최고다.
태양볕에 걷다가 찍은 티빌리시 풍경.
걷다가 들어간 미술관.
티빌리시에서 큰 전통시장.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 가보는 전통시장의 따뜻함을 즐기는편.)
이 날의 보름달은 특히 밝고 주황빛을 띄더라.
아름다운 노을과 리시(lisi) 호수.
리시 호수 근처의 카페에서 주문한 아이스 플랫화이트.
강변을 따라 걷다보면...
티빌리시 노을과 주황빛 엠버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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