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연구, 구조에 갇히지 않고 본질을 지키는 것

by 교사

수업을 연구한다는 것, 구조에 갇히지 않고 본질을 지킨다는 것



수업연수를 다녀왔다.

수업에 진심인 선생님들을 보며 나도 자극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내 안에 쌓여온 불편함이 다시 선명해졌다.


수업을 연구한다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정해진 ‘틀’과 ‘양식’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더 트렌디한 도구를 썼는가, 어떤 플랫폼을 활용했는가, 어떤 아이디어인가가

우수성을 평가받는 주요 기준이 되어버린 지금,

나는 오히려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어가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


수업이 점점 구조의 언어로만 해석될 때


요즘 수업 흐름은 AIDT, AI, AR 같은 기술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런 기술은 분명 필요하고 유용하지만,

그 자체가 수업의 ‘질’을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수업의 중심이 기술이 될 때,

교사는 자율성과 감각을 잃어버리고,

수업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작업이 되기 쉽다.


도구는 수업의 조력자여야 하지,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17년 동안 교실에서 배워왔다


나는 17년 동안 교실에서 수업을 해왔다.

그 시간 동안 내가 가장 확신하게 된 것은

수업은 결국 ‘사람’의 일이라는 것.


좋은 수업은 단 한 명의 아이도 놓치지 않고,

학생과 교사가 함께 몰입하며 완성해 가는 순간 속에서 탄생한다.


이런 수업은 화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

때로는 전통적인 개념 중심의 설명식 수업이

학생의 사고를 가장 깊이 있게 뿌리내리게 만든다.

나는 그런 수업을 ‘클래식’이라 부르고,

지금도 그 가치를 가장 본질적인 수업 철학으로 삼고 있다.


질문 수업도 결국 형식일 수 있다


요즘엔 ‘질문이 중심이 되는 수업’이 이상적인 모델처럼 여겨진다.

질문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질문이었는지, 그 질문이 어떻게 연결되고 깊어졌는지 매몰되다 보니 정작 중요한 개념 익히기가 덜 중요해지는 것 같다


질문조차 구조화되고 점수화되는 순간,

수업은 또 다른 틀에 갇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균형을 찾고 싶다


물론 나도 안다.

수업은 체제 안에 있고, 학교는 제도 안에 있다.

어느 정도의 구조와 평가 틀은 필요하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는 수업 연구 역시 중요한 시대적 요구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교사로서, 그 흐름에 어느 정도 순응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도 받아들인다.


하지만 문득 궁금해진다.

다음엔 또 어떤 기술이 등장할까?

우리는 또 어떤 구조 속에서 새로운 수업 모델을 따라가게 될까?


그때도 나는 같은 질문을 할 것이다.

“이건 정말, 수업의 본질에 가까운가?”


나는 오늘도, 질문을 붙잡는다


아직도 복잡하고 헤매지만

내 안의 문제를 계속 붙잡고,

가장 중요한 수업 철학을 지켜가며

도구적인 트렌드도 균형 있게 반영하려 노력할 것이다.


왜냐하면

좋은 수업은 교사의 철학에서 시작되지만 최신 트렌드도 적절히 사용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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