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보다는 넓이에서 시작된 나의 성장

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 내가 배우는 것들

by 교사

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 내가 배우는 것들

고등학교 3학년 담임에서
중학교 3학년 담임으로 자리를 옮길 때,
나는 이 변화가 시야를 넓히기 위한 선택이라 믿었다.
그런데 막상 그 안에 들어와 보니
예상보다 훨씬 낯설고, 훨씬 힘들었다.

아이들의 예측 불가능한 에너지,
끊임없는 생활지도,
나조차도 처음 마주하는 변수들.
그 속에서 문득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왜 이 자리에 와 있는 걸까?”

그 질문은 한동안 나를 붙들었고,
지금도 가끔 다시 찾아온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달라진 마음으로 답할 수 있다.
“이 시간이 나를 더 사람답게, 더 교사답게 단련시키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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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아이들과 지내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조금 더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내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고,
학생들에게 쉽게 실망하거나 재단하기보다
한 번 더 이해하려는 마음이 자란다.

생활지도란 ‘통제’가 아니라 ‘보호’라는 걸,
그 안에서 내가 먼저 흔들리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된다는 걸,
교실에서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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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부장이라는 역할 역시 만만치 않다.
일은 많고, 책임은 무겁고, 조율은 끊임없다.
그런데 나는 어느새 또 이 일을 해내고 있다.
송중기가 〈태양의 후예〉에서 말했듯이,
“그 어려운 걸 자꾸 해냅니다, 내가.”
이 말처럼 나도 그렇게,
버겁지만 또 한 번 해내며 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그 말은 어느새
내 마음을 붙잡는 작은 주문처럼 되었다.
“그래도 잘하고 있어, 다시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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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완벽한 교사가 아니다.
때로는 얕은 지식 앞에서 망설이고,
속도가 느릴 때도 많다.
하지만 나는 내가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지
매일 스스로에게 묻는다.

학생 한 명 한 명을 놓치지 않고,
함께 몰입하며, 함께 성장하는 교사.

그 중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한,
나는 계속 교사로 자라가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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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
어떤 일이든 의미를 찾아내려는 태도.
그것이 지금의 나를 지탱한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조금씩 자라듯,
나도 이 교실에서
조금씩, 그리고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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