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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C Aug 29. 2022

12.비정상 비정상 비정상 #3 (하와이공항을 믿지마)

하와이에서의 기록

특히나 겨울철에는 골프여행객들이 많다.


5~6월과 9~10월은 신혼여행객이 많지만 겨울철엔 가족여행객들이나 대학생 연수단, 다단계 판매원, 골프 단체 여행객들의 여행이 이어진다.

`

그날 참으로 많은 골프백을 수속했었다. 비행기도 문제 없이 잘 나갔다. 그런데, 다음날 모 지점에서 연락이 왔다. 일본 손님 중 한 분의 골프백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정말 몇일 동안 모든 곳을 다 뒤졌다. 나 또한 직접 수하물 지역을 뒤지고 여기 저기 항공사에도 혹시 가지고 있는 게 있는지 다 연락을 해 보았다. 그래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보상절차를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지점과 손님께도 죄송했던 것이 그 골프백이 일반인 것이 아니라 약간은 인지도가 있는 선수의 골프 클럽이었고 상당히 고가의 장비였다는 점이었다. 대회를 손에 익지 않은 골프채로 출전해야 하는 고충의 보상을 요청하는 등 불만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소송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말에 속이 타 들어갔다.  


끝내 골프백을 찾지 못해 약 한달 후 지리한 협상 끝에 일정금액을 보상하기로 협상이 완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하고 있던 와중에 United Air 수하물 팀에서 연락이 왔다. 이윽고 수하물 담당 직원이 사무실을 벗어나더니 몇 개의 먼지 묻은 가방과 골프백 한 개를 카트에 싣고 돌아왔다.


당신의 예상이 맞다. 바로 그 골프백이었다.


통상 대형 가방(Out Of Gauge. OOG)은 별도로 분류하여 대형 카트에 실어서 화물용 엘리베이터에 싣고 수하물 지역으로 내려 보냈는데, 문도 없는 낡은 화물용 엘리베이터가 수하물을 적재 후 내려가다가 가방들이 엘리베이터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오랫동안 쌓여 왔다는 것이다. 결국 너무 많이 쌓여서 더 이상 엘리베이터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하자 수리 기사가 안쪽으로 들어가서 고장 수리 중 떨어져 있던 수 십개의 가방을 끄집어 냈단다.


그러고 보니 거의 1년 전에 잃어버렸던 가방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골프백을 찾았다는 낭보를 모 지점에 전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반응은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었던 걸 왜 여지껏 찾지 못한 거지요? 정말 열심히 찾아 본거 맞아요? 이미 보상해주기로 했는데 골프백 돌려주면서 뭐라고 설명합니까?’ 였다.


그럼 찾아놓고도 못찾았다고 해야했었나.. 떱. 이놈의 호놀룰루공항아. 너 때문에 내가 살이 쪽쪽 빠진다.


비행기 타면서 커피나 홍차 간혹 마실 것이다.


흠. 적어도 하와이에서 귀국하는 항공편에서는 고심해 보길 바란다. 그 이유는 바로 이렇다. 갑자기 몇일 걸러 한번씩 본사에서 리포트가 접수되었다는 말이 들려왔다. 물에서 냄새가 난다는 승객들의 불만이 비행 중 발생했고 직접 맛을 보거나 냄새를 맡아보니 정말 기름 냄새나 오물 냄새가 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한 두번도 아니고 자꾸 리포트가 올라오니 본사에서는 현지 물 공급 사정에 대해 조사해 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호놀룰루공항의 급수 시스템은 항공기에 접현 되어 손님들이 탑승 및 하기가 이루어지는 탑승교 하단에 식수 호스가 설치되어 있고, 조업 직원이 그 호스를 항공기에 부착한 후 수도 꼭지를 여는 방식이었다. 즉시, 냄새를 맡고 맛도 보았지만 별 문제 없어 보였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조업 직원의 체크리스트에 약 5-10분 정도 물을 그냥 흘려 보내고 난 후 급수를 하는 것으로 지시하였다.


한 두달 괜찮더니 또 리포트가 접수되었다. 결국은 공항 당국에 확인하고 심지어는 한국에서 공수 받은 채수기에 물을 담아 한국으로 보내서 수질검사까지 받았다.


여기 저기 아는 외항사 지점장을 통해서 물어보니 호놀룰루공항의 수도 배관이 너무 낡고 교체를 하지 않아 냄새가 나거나 이물질이 섞여 있는 경우도 가끔 보았다고 자신들의 경험담을 알려주었다. 그 이후로 본사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고 손님들께는 최대한 생수를 제공하는 것으로 절차 변경 등을 추진하겠다는 회신을 접수했다.


2015년의 상황으로 지금은 공항 현대화 작업으로 개선 되었을 것이라 믿는다.


그 밖에도 재 취항 후 2년이 지난 시점에 뜬금 없이 터미널 출, 도착 전광판에 과거 회사의 구형 마크가 등장하기도 했고,


보딩이 완료된 후 날아다니는 대형 바퀴벌레가 탑승권도 없이 몰래 탑승하는 순간을 수 없이 잡아내기도 했으며,


탑승교의 고장으로 인해 전략경영세미나에서 도착하던 날 타고 있던 항공기의 문을 열 수가 없어 도착 후 30여분 대기를 하면서 손님들에게 직접 외부 상황을 설명 드리기도 했었고,


입국심사대로 향하는 셔틀버스의 고장으로 도착한 손님들을 1시간여 대기하게 만들기도 했고, 그 와중에 어린아이가 용변이 급해 이동 동선을 이탈하여 화장실을 가게 되면 밀입국이 되기에 CBP직원에게 어린이의 화장실 사용 만이라도 허락해 달라고 했으나 거절 당한 후 구석에 있는 휴지통에 소변을 보게 하는 참사도 발생 했었고, 수하물 벨트는 셀 수 없이 고장이 나서 가방들을 찾아 헤매기 일쑤였으며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는 거의 매일 멈추어 서 있어서 허벅지가 튼튼해져 갔으며,


사무실 바닥에 갑자기 물이 차 올라서 확인해 보니 에어컨 고장으로 옆 사무실에 물이 넘쳐 흐르고 있어 직접 직원들과 옆 사무실의 물을 퍼 나른 적도 있고,


사무실에서는 자주 거대한 쥐가 출몰하여 여직원들의 퇴직을 걱정해야만 했으며,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아 시스템 다운은 왜 그렇게 많이 되는지 매뉴얼 수속을 여러 차례 준비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접속이 되어 미친 듯  수속을 진행한 적이 있고,


화장실에 물이 나오지 않아 손도 못 씻고 물티슈로 대충 닦아 내야 했으며, 정전으로 유일한 공항내 직원 식당이 문을 열지 않아 눈물 젖은 15불짜리(직원 할인가) 햄버거로 끼니를 때운 적이 수차례였다. 대부분 기억나긴 하지만 모두 다 적어 내려가기엔 팔이 아플 정도로 거의 매일 공항의 노후화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도 현지 사람들은 늘 느긋했다. “여긴 늘 이래 왔어. 너무 안달 내지마. 그냥 이게 일상이고 좀 익숙해지라고.”


“네네. 저는요. 성미 급한 한국 사람이거덩요. 그니깐요. 여기선 속 답답해서 못 살겠어요.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요. 마할로.”


아 맞다. 이 공항 몇년 전 엉뚱하게 이름이 바꼈다. Daniel. K. Inouye Intl. Airport.


이름이 바꼈으니 공항도 좋아졌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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