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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C Aug 31. 2022

14.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2(암 쏴리~)

하와이에서의 기록

‘I’m Sorry’에는 크게 두가지의 의미가 있다.


하나는 ‘미안합니다.’ 또 하나는 어려운 일이나 슬픈 일을 겪고 있는 상대방에게 ‘유감입니다.’ 라는 표현이라고 교과서에서 배웠다. 그 두번째 의미를 미국에서 직접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줄은 몰랐다.


중년의 손님을 정상적으로 수속하고 라운지 안내도 잘 해드렸는데, 라운지 이용 중 갑자기 다시 보안검색대를 역으로 통과해 카운터로 돌아 나와 지점장을 찾으셨다. 응대를 드리자 라운지 카운터 직원의 불친절함을 설명하며 그 직원에게 서비스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주장하셨다.


라운지의 직원은 우리 항공사 직원이 아니고 외항사 직원으로 해외 공항에서는 사용료를 지불하고 UA 라운지를 빌려 쓰는 형식이라 말씀해 주신 부분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우리가 직접 나서서 서비스 교육을 시키는 것은 어렵다고 정중히 답변 드렸다. 다만, 향후 개선을 위해서 해당 항공사에 동 내용이 전달되어 서비스 품질을 제고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의 공식 메일을 발송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그 손님 막무가내였다. 무조건 나와 직원이 동행해 들어가서 외항사 직원의 사과를 들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고민이 되었다. 외국계 항공사 직원에게 영어로 “당신 우리 손님에게 사과해!” 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다가 어쩔 수 없이 이미 잘 알고 있는 그 직원에게 일단 사과하는 모습이라도 보여달라는 부탁을 했고 그 직원은 사정을 듣더니 웃으며 수락해 주었다.


라운지 앞에서 외항사 직원, 나, 직원, 손님 4명이 빙 둘러 섰다. 직원이 손님의 말을 하나 하나 통역해 나갔다. 그렇지만 너무 격앙된 문구는 순화해서 통역을 했다. 차분히 듣고 있던 그 외항사 직원이 한마디 던졌다.


“아임 쏘 쏘리 투 히얼 댓.” (그렇게 힘드셨다면 유감이네요)


그러자 불만 손님은, “거봐요. 거봐요. 내가 그랬잖아요! 외국인들도 서비스 교육을 시키면 이렇게 무조건 미안하다고 사과 하잖아요! 내가 다 알아 듣는다고요. 아임 쏘리! 그럼 내 말 통역하세요. 앞으론 친절하게 서비스 잘 하길 바란다고.


그리고 미쿡에서 고생 많다구요.“


그렇게 상황은 종료되었고 그 외항사 직원에게 한국의 항공사 서비스 수준을 재차 강조한 후 돌아나왔지만 우리 모두는 씁쓸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날 난 대학시절 영어영문학을 전공하면서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I’m sorry.’의 또 다른 의미를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비행기 도착 전 종합통제를 통해 연락이 왔다. 하와이로 오는 항공편의 10A 손님 불만이 심하니 지점장이 직접 응대 드리고 잘 모셔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간혹 발생하는 일이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항공기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캐빈 매니저가 목소리를 떨며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이미 들으셨죠? 이분이십니다.” 하며 신혼여행 부부를 인계하였다. 부인은 키가 큰 편에 약간은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이었는데 남편은 조용히 계셨으나, 그 여자분은 일단 나즈막한 소리로 “공항지점장님이시죠? 명함 주세요. 일단 저 여행해야 하니까 갈 때 이야기 해요.”


“네 여기 있습니다. 여행중에도 필요하신 일 있음 언제든 연락주세요. 출국하실 때 뵙겠습니다.”


그제서야 캐빈매니저로부터 불만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신혼여행 부부는 먼저 15번대 줄에 좌석 배정이 되었는데 식사 시간이 되자 여자 손님이 등받이의 식사 트레이를 내렸고, 트레이의 청소 상태가 좋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특히 한 켠에 기내에서 제공되는 비빔밥에 곁들이는 고추장이 아주 조그마하게 말라붙어 있었던 모양이고 손님은 고성을 치며 즉시 자리를 옮겨줄 것을 요청하여 선호좌석인 10A로 옮겨드렸으나 인근에 있던 유아의 울음소리가 시끄럽다며 추가 불만을 제기하였다.


 엎친데 덮쳐 좌석에 놓여 있던 기내헤드폰의 스폰지 부분이 살짝 뜯어져 있던 것도 손님의 불만을 가중시켰다. 즉시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 해 달라는 요청을 캐빈매니저에게 끊임없이 지속한 뒤 거의 4~5시간을 괴롭히다가 도저히 응대가 불가능하여 공항지점으로 인계된 것이었다.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이 다가오자 직원들 브리핑에서 수차례 강조했다. 중간석 정도로 배정 드리되 원하는 좌석이 있으시면 최대한 가능 범위 내에서 제공할 것. 그리고 그 좌석을 워키토키로 공유해서 반드시 해당 좌석을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게 청소할 것. 캐빈매니저에게도 다시 재차 강조를 하고 수속 시에도 베테랑 직원을 지정하여 그쪽으로 유도하여 응대에도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손님은 결국 나를 찾으셨다. 첫마디가 이랬다. “좌석 업그레이드는 왜 안해주시는 거죠? 내가 수없이 이야기 했는데 내 말은 무시하는 건가요? 제가 정말 어떤 사람인지 모르시나 본대 저 진심으로 당신네 회사 본사에 찾아가 1인 피켓 시위라도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조용히 이야기 할 때 비즈니스 석으로 업그레이드 해주세요.”


"진심으로 지점장이라고 하더라도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권한은 없습니다. 아무리 말씀하셔도 안되는 건 안되는 겁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좌석을 잘 배정 드리고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 드릴 수는 있지만 업그레이드는 불가능합니다. 본사에 요청을 해도 안될 것이므로 지점의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정식으로 VOC(Voice Of Customer)를 접수 하십시요.”


정말 끈질겼다. 거의 한 시간 이상 단 한 명의 다른 손님도 뵙지 못하고 짜증을 섞어내며 끊임없이 좌석 업그레이드를 요청하는 손님에게 붙잡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옆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서 있던 젊은 신랑의 미래가 눈 앞에 선하게 보였다. ‘당신 힘들겠네요...’ 끝까지 물러섬이 없자 그녀는 결국 포기 아닌 포기를 하고 떠나갔고 VOC가 접수되면 자세한 리포트를 제출코자 기다렸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도 그 부부가 잘 살고 있을지 너무나 궁금하다.


둘 사이에 건강한 아기는 태어났을까? 제발 아기는 아빠 성격 닮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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