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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C Sep 13. 2022

17.행복한 한가위 되세요~(내 자랑?)

하와이에서의 기록

의외로 젊은 신혼여행객분들도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창가석과 복도석을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고, 그럴 때면 직원들이 간단한 여행 영어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었다.


특히 직원들의 유창한 영어실력을 보고는 부럽다며 “미국에서 일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어요?” 라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었다. 그럴때 마다 2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성실한 직원들이 다소 적은 급여로 열정 페이를 하고 있다는 불만을 가지게 될까봐 노심초사하며,


“한국에도 너희 같이 영어, 한국어를 모두 다 잘하는 직원들은 많지 않아. 정말 우리 직원들은 대단해!” 라며 립서비스만으로 안심을 시키며 이직을 할까봐 전전긍긍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직원들은 속 좁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회사에 대한 충성도와 자부심을 높일 수 있다며 좋아했다.


직원들아.. 다시 한번 고맙다.


매일 운항을 시작하며 우리 항공사만의 시그니쳐를 갖고 싶었는데 마침 한국에서 서비스교육 출장을 오신 모 차장님께서 수속카운터 오픈 전 웰컴 인사를 하는 법을 알려주셨고, 한 단계 나아가 외국인 조업직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안녕하세요. OO 항공편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숙이는 인사법을 시도했는데 처음엔 한국 스타일의 인사법이 어색하고 부끄러워하던 외국인 직원들도 점차 익숙해지며 오픈 전 혼잣말로 연습을 하는 것을 보고는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른다.


특히나 단체 관광을 오신 나이 지긋한 손님들은 대기라인에서 인사를 받다가 같이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해주시거나 큰 소리로 웃으며 “반가워요~ 안녕하세요.”를 화답하며 박수를 치는 바람에 모두들 즐겁게 웃으며 그날의 수속을 시작하곤 했다.


특히, 구정이나 추석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행복한 한가위 되세요.”를 외국인 조업직원들에게 한국어로 알려준 후 인사를 드리면 손님들은 “우와. 외국분이 한국어를 너무 잘하시네요.’ 하면서 한국말로 질문을 던졌고 그 다음부턴 나나 현지 B/S 직원이 직접 응대를 드려야만 해서 더욱 바빠진 적도 있다. 특히나,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행하던 시기에는 오히려 조업 직원들이 한국어의 다양한 표현을 스스로 익혀서 서비스에 응용하기도 했더란다.


외국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고 했던가. 마음만 품어도 그렇게 칭해주는 것이 가능하다면 난 그 시절 애국자였다고 자부할 수 있다. 하와이 지역에 우리 회사뿐 아니라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싶었고 최상의 서비스와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손님들에게 만족을 드리고 싶었다.


덕분에 칭송 지수는 거의 최고치를 경신했고 VOC 카드를 슬쩍 가져가 카운터 옆에서 몰래 써서 건네주시는 손님들도 많았다. 또한 한국 도착해서 인터넷으로 접수해 주겠다고 약속한 손님들도 거의 모두 잊지 않고 바쁜 시간을 쪼개어 짧은 감사라도 표현해 주셔서 간혹은 국제전화로 직접 감사 인사도 드리기도 했고 다음 번에도 우리 항공사의 비행편을 이용해 주십사 부탁드렸다.

 

수하물사지수는 거의 선동열 선수 전성기의 방어율 수준으로 떨어트리고, 탑재가 되어 오지 않은 수하물이 있으면 직원이나 내 차로 밤늦게 North Shore 지역으로 직접 찾아가서라도 전달해 드리곤 했다. 그래야 회사 비용을 아끼고 불만이 칭송으로 바뀔 수도 있었기에..


간혹 지연되어 들어오는 비행기를 안전하고 빨리 돌려보내는 것도 회사의 해외 지점 통틀어 최고 수준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지연 도착편마다 나를 비롯한 전 B/S 직원과 수속 직원이 기내에 뛰어 들어가 청소조업사 직원들이 빨리 일할 수 있도록 독려를 하고 같이 땀을 흘리며 지연 출발을 1분이라도 줄이고자 하는 버릇이 들면서 1시간 30분의 표준공정시간을 가지고 있는 A330 항공기의 지상 대기 시간을 최고 38분만에 도어 클로즈하고 Push Back하기도 했었다.


나중에는 좀 천천히 하라고 해도 자동적으로 몸이 움직인다며 직원들이 자진해서 청소를 돕고 캐이터링, 급유, 정비 등 오케스트라 같은 일련의 지상 작업을 내 일처럼 도와주었다.


조업 계약 상 수속 및 손님 안내 등에만 국한된 수속 조업직원들의 업무에 기내 청소를 더하는 것은 미국 현지 특성 상 사실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 팀이었고 모두들 자발적으로 청소와 기타 여러 준비사항을 뛰면서(하와이언들은 거의 뛰지 않는다. 뛰는 습관이 몸에 벤 것도 희한한 일이다.)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직원들이 너무도 고마웠다.


고마움에 늘 조업사 연말파티에는 꼭 참석하여 본사에 요청하여 얻어낸 무료항공권을 Lucky Draw에 내어 놓고, 비행기 모형 등을 공수받아 아낌 없이 나누어 주었다. 마음씨 착한 조업 직원들은  엄청난 크기의 생일 케익을 직접 만들어 오는가 하면 미국 아줌마 직원은 너튜브를 보고 배워 한국식 물김치와 음식을 잔뜩 만들어와서 모두들 같이 나누어 먹기도 했다.


그들과는 사적으로도 저녁에 만나 같이 술도 마시고 매직아일랜드에서 야유회도 즐기고 풋볼 게임이 열릴 때면 하와이 스타디움 주차장에서 낮술을 하며 Tailgate Party(풋볼 게임이나 콘서트 개최 전후 주차장에서 픽업 트럭의 트렁크를 열고 술과 음료를 즐기는 파티. 경기장에 술 반입이 금지되기에 입장 전 얼큰하게 취해서 들어감으로써 응원 열기가 뜨겁게 된다.)도 즐겼다.


특히, 영어실력은 그들과 마구 장난치며 웃고 떠들면서 발전할 수 있었다. 굳이 영어회화 학원을 다닐 필요가 없었다. 젊은 직원들은 약간은 느리고 사투리 섞인 하와이 발음이었지만 엄연히 Native Speaker였고 나에게 ‘Brain Fart. (머리가 멍해지다.)’ 같은 현실 영어를 가르쳐 주었다.


그들과 너무도 정이 들었고 특히 경쟁사에서 스카우트를 제의해도 떠나지 않는 한국계 미국인 매니저는 한국의 후배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 수준으로 우정을 나누었고, 나중에는 우리 직원이 없어도 조업직원만으로도 항공편이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관리를 잘 해주었다.


마지막 귀임 시에는 전체 조업직원들과 B/S 직원들이 쉬는 날에도 모두 출근하여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울먹이며 배웅해 주었고 여권과 보딩패스를 확인하는 보안 직원, 수하물 직원, 시스템 직원 모두 배웅을 해주는 바람에 나도 많은 눈물을 흘렸었다.


특히, 조업사 매니저는 항공기 문닫기 바로 직전 나에게 “당신은 나에게 존경스러운 멘토입니다.’ 라고 말하며 큰절을 해 캐빈매니저가 놀라기도 했다. 정말 고맙다..


한가지만 더 자랑하자. 칭송 지수, 수하물 지수, 비정상 상황 처리 능력 등 처음 부임했을 때 기억은 가물가물 하지만 거의 60위권이었던 지점의 순위는 귀임 1년전이던 2015년에는 전세계 지점 중 4등을 기록했다. 1~3등까지는 모두 최고의 조업 환경을 보유한 모 지점이었으므로 난 우리 직원들 모두에게 “진정한 1등은 우리 호놀룰루공항서비스지점이다.” 라고 외치며 박수를 보냈고 “왜 우리들은 이렇게 해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나요?” 라고 묻는 어린 직원에게 “내가 다 알잖아. 대신 오늘 술 한잔 살게.” 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며 “대신 이제 그만하자. 너희들도 힘들어.”라고 다짐 시켰지만, 숙취에서 깬 다음날 항공편에서도 그들은 미친듯이 날아다니며 손님들을 정성스레 모시고 있었다.


관성의 법칙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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