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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C Sep 21. 2022

19.행복과 불행의 갈림길..

하와이에서의 기록


한 번은 갑자기 한국에서도 아는 사이가 아니었던 회사의 한 시스템 부서 직원의 전화를 받았다.


지인의 친구가 우리 비행편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는데 그만 호텔 수영장에서 여행 마지막 날에 수영을 하다가 익사를 했다는 비보였다. 부모님께서 현지로 급하게 시신 수습을 하러 오시니 도움을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이름을 들어보니 그날 아침 비행편이 출발할 때까지 사전 연락 없이 쇼업하지 않은 신혼여행객이었다.


간혹 그러하듯이 앳된 부부가 신혼의 단꿈에 젖은 늦잠으로 인해 다음날 헐레벌떡 나타나서 해맑은 얼굴로 비행기 탑승 여부를 물어보겠지 하는 생각으로 별거 아닌 일로 치부했던 그 사건속의 승객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나와 직원들은 그들의 노쇼를 책망하며 입방아에 올렸던 아침 시간이 생각나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죄책감과 더불어 우리 항공편을 이용한 승객이었기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며 눈물이 흘렀다.


행복한 신혼여행이 악몽으로 변해버렸다.  


불과 며칠전 결혼식장에서는 작금의 황망한 현실을 상상하지도 못했을 미망인이 되어 버린 젊은 여성은 울지도 못하고 그저 넋이 나가 있었고 양가 부모님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셨다. 내 차로 그분들을 모시고 장례식장을 들리기 전 한식당에서 아주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다.


낯익은 키아모쿠 거리 한식당 한켠에서 사돈 내외 4분과 미망인 그리고 그 장소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내가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어 그저 조용히 구석 자리에서 수저를 들었으나 모두들 국물 한 방울도 입에 넣지 못하고 쓰디쓴 눈물만을 삼키는 바람에 나 또한 눈물 섞인 국물을 넘겨야만 했다.


평상 시 지나쳐만 갔었던 시내 한 거리에 위치한 미국의 장례식장은 너무도 낯설었고, 가족들 말고는 그 누구도 없는 텅 빈 방 안에서 쓸쓸한 주검은 관속에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누워 있었다.


어쩌면 도착편에서 스치듯 마주쳤을지도 모르겠지만 생면부지인 사람의 주검을 보고는 터져 나오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헤 가족들에게 간단한 안내만 드리고 밖으로 뛰어나왔다.


참으로 야속하게도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 평화로운 하와이의 쾌청한 하늘은 그날도 화가 나도록 여전했다.


통상 해외여행 중 사망객이 나오면 유족들은 시신을 비행기에 태워 한국으로 모셔가고 싶어 하는 게 인지상정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숨이 멎어버린 인간의 시신은 더 이상 승객이 아닌 화물로 간주되어 운송에 필요한 비용은 물론이거니와 상당히 복잡한 행정 절차를 수반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현지에서 화장 후 유골함만 가지고 들어가시는 걸 권유해야만 한다.


가족분들은 설명을 들으신 후 고심을 하셨으나 점잖아 보이시던 신랑 아버님은 말없이 고개를 끄떡여 승낙하시고 화장 절차를 진행했다. 다음날 유골함을 들고 침울한 표정으로 카운터 마감 직전 수속을 마치고 탑승하셨다.


직원들은 지점장이 신경 쓰지도 못했는데 이미 그분들과 다른 승객들 모두를 위해 주변 좌석을 비워드렸고 혹여나 이미 고인이 된 아들이 생각날까 봐 다른 신혼여행객들과도 최대한 이격 된 좌석을 배정드렸다.


한국 복귀 후 약 한 달이 되어 그 사건도 서서히 잊혀 갈 무렵 한국의 시스템 부서 직원이 다시 연락을 해왔다.


아버님께서 나와 직원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자그마한 선물을 보내주고 싶다고 하셨다며 보내는 방법을 문의하는 것이었다. 한사코 거절했지만 결국 사양하는 것이 불가능했고 며칠 뒤 내 책상 위에는 푸른색 넥타이가 놓여 있었다. 직원들에게도 하나씩 선물을 나누어 주고는 그 넥타이를 들고 공항청사 밖으로 나가 다시 한번 하와이의 평화로운 하늘을 바라보았다.


야속하게도 그날 또한 하와이의 하늘은 너무도 푸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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