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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 나를 만나다

Self-Care essay ⑥ - 당신은 무엇을 원하십니까?

by Growood

“행복한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

노트북을 덮었다. 내가 내 블로그에 쓴 글의 제목이었다.


남들에게는 행복한 사람이 최고라고 자신의 감정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행복? 호감? 좋은 느낌? 긍정적인 감정?

지금 현재의 내 삶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말들이었다.


구직사이트와 각종 가십거리 동영상 사이를 오가며 흘려보낸 하루...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것 같았고,

다시 시작할 용기도 없었다.


서른다섯이었을 땐 늦을 것 같아도 그래도 아직 많은 기회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젠 마흔보다 쉰에 더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사랑도, 일도, 돈도, 어느 것 하나 손에 쥔 게 없었다.


사람들과의 대화도 점점 줄었다. SNS 속 친구들은 유럽으로 가족 여행을 가고,

자녀의 진학이나 유학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자신의 또는 배우자의 승진 소식을 전했다.


그에 비해 나는, 그대로였다. 오래전 그날 어딘가에 그대로 멈춰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대체 뭘 잘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항상 질문에서 끝났다.

“아냐, 인생 별 거 없어. 그냥 오늘 하루만 잘 버티면 돼. 어떻게든 웃을 수 있으면 돼.”


BUT... 어떤 위로로도 왠지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 밤들이 밀려오는 순간이 있다.

너무나 힘들어서 뭐라도 해야 버텨지는 순간이 있다.

문득 난, 10년 뒤의 나를 만나기 위해 지금 내가 할 일을 찾아보기로 했다.


ChatGPT Image 2025년 4월 1일 오후 03_51_21.png


노트북을 켜고 세 개의 폴더를 만들었다.

[사람],

[일],

[혼자 즐길 것]

...

[사람] 폴더에는 이렇게 썼다.

‘내 세상에 확장을 가져다줄 사람 만들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 버리기’

‘새로운 커뮤니티 모임 가보기’

‘자만추 그만하고 주변에 소개를 부탁하기’

‘인간관계 확장을 위한 시도 기록하기’


[일] 폴더에는,

‘매일 2시간 - 평생 할 수 있는 일, 나의 소명을 찾기 위한 시간 확보’

‘지금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분리해서 정리하기’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면 하고 싶은 일 찾아보기’

‘실패할 확률이 전혀 없다면 도전해 보고 싶은 일 찾기’

‘작가가 되기 위한 책 목록 만들기’

‘매주 한 편 이상 글 쓰기. 강연 주제와 자료 정리하기’


[혼자 즐길 것] 폴더에는,

‘월 1회 전시회 또는 영화관 가기’

‘어떻게든 취미를 갖고 할 수 있는 운동 발견하기’

‘커피&와인과 계속 친구 하기’

‘맛있는 음식 만들기와 즐기기’

‘혼자 있을 때 뭐 하면서 노는지 관찰하고 기록하기’



구체적인 답을 내린 것도 아닌데 목록만 적고도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조금 편안해진 김에 나는 10년 뒤의 내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미래의 나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적어보기로 한다.




‘나는 책을 냈어. 감정에 대해 강의하는 사람이야.

작은 강연장이지만 내 이야기를 듣고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들이 있어.

나는 단 한 사람이라도 위로할 수 있는 말을 하고 있어.

나처럼 예민해서 사람이 그리고 세상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어서 기뻐.


유럽 어느 골목길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작은 재즈 밴드를 만들어 공연을 해.


고즈넉한 북카페에서 내 이름이 실린 책을 발견하고,

낯선 도시에서 새 친구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어.


내 얼굴에는 웃는 주름이 있고, 속은 예전보다 훨씬 단단해.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내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살고 있어.’




미래의 나와의 대화를 마치면서 조용히 되뇌었다.


“이제는 미래의 내 인생을 구성하는 하루하루를 살아야겠다.”


오늘부터 나는 나의 돈과 시간을 어디에 쓸지 계획한다. 내가 되고 싶은 나의 삶에 필요한 것들을 체크하면서, 그걸 이루기 위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 점검한다.


무엇보다 나를 믿어 주고 응원하기로 한다.

내가 이렇다가 그만두더라도, 또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나를 믿고 달래서 조금씩 내가 원하는 나답게 만드는 것. 이것이 내가 죽을 때까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10년 뒤 그런 나가 되기 위해서,

지금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걸 계획하는,

이런 나의 어깨를 두드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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