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박탈감을 느낄 때.

by 성빈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던 내가

그것들을 타협하기 시작한 때.

그리고 그 순간을 깨달을 때.

내가 원하는 것이 현실과 자꾸만 부딪히는 순간이 잦을 때마다 박탈감을 느낀다.

작게나마 부모님과의 의견 타협도 되지 않을 때.

—실은 그게 전부이긴 하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 어른이 바라봤던 세상.

그럼 난 어디에 기준을 두고서 살아야 할까?

착한 사람? 바른 사람? 안정적인 사람?

어른이 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인정해 줄 거라는 달콤한 환상도 십 대 시절뿐이다.

부모님은 어른이 된 나를 십 대 시절의 나보다 훨씬 억누른다. 실은 그럴 수밖에 없겠지. 부모님도 나이가 들어가고, 결국 노인이 되는 길을 앞두고 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두렵고 벅찬 일인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온전히 이 집에서 독립을 하는 날까지도. 어쩌면 그 이후에도 부모님은 나를 평생 자식이라며 지키려고 하겠지만, 이게 어딘가… 나를 엄청나게 속박한다.


—나도 한 번쯤은…

—나도 한 번쯤은!


자잘한 일들. 내가 밖에서 무얼 먹을 때마다 엄마 얼굴이 생각나는 까닭. 어느 날에는 혼자 맛있는 걸 사 먹는 일에도 죄책감이 든다.


…그 죄책감.


그것일까? 우리 엄마가 나를 키울 때 너무나 고달프고 힘들었다는 걸 알기에, 그러한, 거의 속박에 가까울 만큼의 암묵적인 억압의 굴레가 당연하게 느껴진다.

오히려 그 결계가 나를 지켜준다는…


마음은 자꾸 충돌한다. 내가 행복을 추구할 자유와, 그러나 그 자유를 추구하려는 마음가짐만으로도 죄책감을 느끼는 요상한 심성.

나더러 예술은 하지 말라고 소리치며 싸웠던 그 날들.

소설을 쌓아두고 계속 읽던 나를 보다 못해 책장(冊欌)의 책들을 찢으며 던지고 세상 밖으로 나오라는 그날의 속수무책인 언성.

그 찢어진 책장(冊張)들로 머리나 쥐어박던 우리 엄마.

고등학생 시절, 되고 싶은 게 있냐고 묻던 엄마에게 연출가가 되고 싶다는 한마디에 그저 허드렛일만 하는 삶을 살 거냐고 소리치던, 가슴까지 저릿할 만큼 아프던 날들의 상처.

우리 엄마 자신도 예술가적인 기질을 타고났으면서 유난히 내가 그러한 재능을 반짝이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것들과 관련된 것이 발현되면 순간적으로 표정을 굳히던 우리 엄마.

그 모든 순간, 켜켜이 마음에 간직했다.


나는 타협하기 위해, 사회에 녹아드는 시도를 통하여 나를 깎는 중이다.


나는 글을 쓰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문장, 사상, 예술가를 이야기하는 것도 홀로 간직하고 있다.


—그리하여 나는 누구에게 말을 꺼내본 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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