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현실사이-1

물리적 거리

by 감백프로

우선 이번 에피소드를 쓰기에 앞서 롱디커플과 주말부부들에게 각자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계시다는 점에서 경의를 표합니다.


근무지 이동과 학업 등으로 인한 현실적인 요소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장거리연애를 하는 커플들이 있을 겁니다.

저 또한 코로나가 한참 유행할 시절에 만났던 분과 다시 재결합을 위해 서울에서 대구라는 물리적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만나고, 연락하는 등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다니고 있는 곳의 근무여건(서울 고정근무), 서울로 생활터전을 오랫동안 잡았던 점 등의 현실적인 요소들을 내려놓지 못해 재결합에는 실패하였습니다.

인연이 아니기에 다른 만남을 기약할 수 있지만, 그분에 대한 감정이 확고하였다면, 각자가 놓여진 현실적인 요소들에 대하여 일부 내려놓는 방법 등으로 재결합을 했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분과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점과 좋아하는 부분이 같아 서로를 잘 이해하고, 싫어하는 것을 하나라도 덜 하고, 좋아하는 걸 하나라도 더 하는 만남으로 이어져, 이 글을 쓸 일 이 없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분과 저는 크게 두 가지의 경험이 비슷했습니다.

첫 번째로는 둘다 해외근무를 약 2년 정도 해왔다는 점입니다.

각자 다른 직업을 가졌고, 근무지도 달랐기에 당연히 다른 경험을 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해외근무를 하면서, 정기적인 휴가를 통해 유럽 등 여러국가들을 여행할 수 있었고, 가족, 친구들과는 떨어져 있어서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생활을 한 점에서 서로 매우 큰 공감을 하여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둘다 이직을 하고, 목표했던 바를 시간이 걸려서라도 이룬다는 점입니다.

둘다 해외근무 및 타 직종대비 강도있는 회사생활로 돈보다는 조금 더 심적으로는 여유가 있는 곳으로 이직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직 및 각자 목표했던 바를 이루기 위해 시간이 걸려서라도 목표를 달성한 경험이 같았습니다. 그분의 경우 간호계열에서 최고의 아웃풋이라 할 수 있는 보건교사 임용에 2년만에 합격을 한 점이고, 제 경우는 건축직군에서 최고등급의 자격증이라 할 수 있는 건축사자격증을 업무와 병행하면서 5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합격했다는 점입니다.

(5년이 걸린건 사실 제 자신이 시험에 대해 집중을 제대로 못한 것도 있음)

그래서 서로의 경험에 대해 높이 사고, 시험준비의 힘든점,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의 초조함 등 공감가는 부분이 커서 서로에게 응원을 주고받으며, 재결합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서로의 목표를 달성한 시점에는 각자 생활터전은 상당한 거리가 있었습니다.

서울과 대구, 물론 KTX를 타면 두 시간 이내에 갈 수 있어,

가능하다면 매일 만날 수 있는 거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분의 경우 근무지로 인하여 대구에 매일 머무는 것이 아니고, 주말에만 머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경우 태어났던 곳인 대구로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근무지 이동 등을 통해서 정착을 하고자 하였습니다.

재결합을 추진하는 과정 속에서 주기적으로 서울과 대구를 왔다갔다하면서, 좋은 곳과 맛집을 두루두루 다니고, 서로 응원을 주고받았지만, 저는 한 편으로는 언제까지 왔다갔다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대구에 정착을 하고 싶어했고, 저에게도 대구에 사는 걸 추천했지만, 지금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와 이직을 통해 자리잡은 생활터전인 서울에서의 생활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그분이 추천을 한 대로 대구에서 주말이라도 자리를 잡을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바꾸기가 어렵듯이 서울이라는 현실을 바꾸는게 무의식적으로라도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재결합까지는 이루어지지는 못했고, 이 글을 쓰면서 이랬으면 어떨까 생각을 했습니다.

어차피 평일에는 각자 근무지로 인해서 대구에서 보고싶어도 못보고,

평일 5일이 주말 2일보다 숫자상으로는 더 크니깐 어차피 제 생활터전은 서울이라고 바꿔서 생각을 하면,

매주 대구를 가는거에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 자연스레 다시 만날 수 있고,

서울이든 대구든 어디든 상관없이 서로 좋아하는 걸 함께하고,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기에 둘도 없는 베스트프렌드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겁니다. 물론 만약이라는 가정 하에서입니다.


감정과 현실사이에 고민을 한다면,

조금 더 감정을 앞세워 현실에 대한 생각을 조금이라도 다르게 바라본다면,

물리적 거리 등으로 인한 현실요소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서로에게 소중한 인연이 되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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