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글프로젝트가 남겨준 키워드
취글프로젝트가 개최되었던 제천 달꽃재펜션에서 체크아웃시간이 순식간에 다가왔다.
결국 다시 판타지같던 취글프로젝트 세상에서 벗어나 현실일상으로 돌아왔다.
11월 8일부터 9일 이틀간 Ubermensch작가님의 용기있는 결단으로 시작된 취글프로젝트는 비록 주최자이신 Ubermensch작가님의 취글 프로젝트의 취지인 ‘아무말대잔치’와 같은 글들이 남겨지지는 않았지만, Ubermensch, 임경주, 선후, 까마귀의발, 영진 작가님들을 마치 유명연예인을 보는거처럼 소원성취를 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세가지 키워드에 대해 술과 함께 직접 느낄 수 있었다.
Ubermensch작가님을 비롯한 모든 작가님들을 직접 얼굴뵙기전에는 브런치 플랫폼에서 남겨주신 글로만 어떤 분들이신지 파악할 수 밖에 없었다.
각자 살아온 배경, 추구하는 가치 등이 원체 다양하고, 나와는 다른 세계를 살아오셨기에, 글만으로도 어떤 분들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취글프로젝트가 개최되기 전날까지 낯선 분들을 뵙게된다는 생각에 걱정부터 앞섰다.
MBTI가 E이자 나름 내가 속해있는 분야에서는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언제 봤냐 한거처럼 전화통화를 거침없이 하는 편이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잘나가는 분들이신 작가님들은 얼굴뵙기 전부터 걱정이 앞섰고, 긴장이 되었다.
왜냐하면 다들 잘나가시고, 글을 읽어보면 볼수록 생각의 깊이, 철학, 수많은 구독자들을 찾게 하는 초능력 등이 도저히 나로서는 따라갈 수 없다 생각했고, 마치 내가 좋아하는 아나운서,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라 내가 낄자리는 없고, 쭈그르져 있어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나기에 앞서 형성된 오픈카톡방에서 작가님들의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열정, 술 주량, 글을 쓰는 고뇌 등을 봤을 때 보통분들이 아니시네 하는 생각부터 심어졌다.
그래서 계획(안)을 작성할 때 나도 모르게 공노비모드가 되어 공문서형식으로 작성을 했던거 같다.
그러나 앞 서 언급한 걱정과 긴장은 작가님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순식간에 사라졌다.
왜냐하면 작가님들은 어제 본 거처럼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기운을 가지신 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자 소싯적에 다들 잘나가셨던 분들이고, 지금도 잘 나가셔서 본인 자랑을 하루종일해도 이상하지 않을 분들이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이야기를 경청하시는 모습에 왜 잘나가는 작가님들이 되신줄 알겠다라는 생각, 그리고 존중하고 경청하는 모습을 배워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즉 얼굴보기 전까지 온갖 걱정과 긴장은 정말 쓸데없는 것이고, 온라인상에서 아닌 오프라인상에서 직접 얼굴을 맞대고 구어체로 이야기를 나누는거 만큼 확실한게 없다는 것이다.
‘백문이불여일견’
여기서 다시 한 번 일상에 살아가면서 얼굴보기 전까지, 직접보기 전까지는 쉽게 판단하고, 걱정하지 말자는 걸 다짐하게 되었다.
취글프로젝트의 취지는 술이 들어가고 아무말이나 생각나는데로 글을 남기는 것이다.
그래서 오후5시부터 '임경주'작가님의 흑백요리사 저리가라 할 정도의 요리실력으로 만들어진 각종음식과 소주와 맥주, 마지막에 등장하신 '까마귀의 발' 작가님이 들고온 레드와인, 팬션사장님께서 주신 화이트와인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술의 기운이 차올랐다.
술의 기운이 차오르고 저녁 9시가 되어서야 본격적인 취글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취글프로젝트의 주제는 작가님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써주는 특정작가의 고찰이었다.
무언가 취글프로젝트의 취지와는 달리 김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다들 처음뵈어서 그런건지 조심스러워서 그런가보다 했다.
각자 지정된 작가님들에 대해 글을 쓰고, 완성된 글은 매거진에 게시가 되었다.
글들을 읽어보고 느낀점은 ‘칭찬으로만 가득찼네’ 였다.
진짜 김이 빠졌다. 특히 Ubermensch 작가님은 실망이 컸을거다.
칭찬으로만 가득찬 글을 작가님들이 남긴거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중고등학교 도덕시간에 배우는 ‘성선설’, ‘성악설’이 생각났다.
술이 들어가면 감정이 솔직해지고 속얘기가 자연스레 나오는건 당연한데, 작가님들이 칭찬만 가득찬 글들을 남기시는거 보니 작가님들 본심은 그저 천사시구나 였다.
즉 ‘성선설’이 증명이 되었던 것이었다.
각자 삶의 현장은 치열하고, 사연이 많고, 사연이 많은만큼 좌절과 아픔, 희노애락이 있어 각자 자기 자신에 가장 힘들겠지만, 그래도 본심은 선하다는게 어디 안가는 구나 느꼈다.
과거 술로 후배들을 많이 먹여봤다는 Ubermensch 작가님의 경우 입고 온 의상때문인지 몰라도 오히려 술이 들어가시니 본심이 선하다는게 나오셨고, 카톡방에서 까불이처럼 많은 말을 하시는 임경주 작가님도 그저 선한사람이었을 뿐이었다.
술이 몸은 힘들게 하지만, 그래도 성선설을 증명해 주는 좋은 것이구나라는걸 느끼게 되었다.
물론 과음은 금물이다.
프로젝트 전날 오픈카톡방에서는 작가님들간 ‘기버’와 ‘테이커’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루었다.
특히 Ubermensch님은 본인 스스로 ‘테이커’라 했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통해서 본 작가님들은 다 ‘기버’였다.
1)Ubermensch작가님은 탁월한 안목으로 작가님들을 모아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작가님들이 모일 수 있는 장을 제공하신 점
2)임경주 작가님은 흑백요리사 저리가라 할 정도의 요리실력으로 작가님들의 배고픔을 잊게하신 점과 한 분이라도 더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려고 하시는 점
3)선후 작가님은 철저한 계획과 비상약, 작가님들의 사인을 받을 수 있는 펜과 종이 준비 등의 세심함으로 프로젝트의 퀄리티를 높이신 점
4)영진작가님은 작가님들의 정신적 지주처럼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시고,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세심하게 들어주심으로 마음을 편하게 하신 점
5)마지막으로 까마귀의 발 작가님은 비록 마지막에 등장하시고, 본인만의 세계관이 확고하심에도 작가님들과의 만남을 위해 큰 용기를 내어 나오신점과 직접 원두를 가셔서 커피를 제공하고, 직접 찻잎을 가져와서 차를 주심으로서 작가님들의 평온한 아침을 제공한 점
물론 나에 대해서는 작가님들이 알아서 생각하실거다.
다들 하나라도 더 주려고 하는 기버들이었고, 무언가를 바라고 주는 것이 아닌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각자의 방식대로 주었다.
쓰다보니 난 모범적이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타고난 모범생처럼 써진거 같다.
하필 술을 소주, 맥주, 레드와인, 화이트와인 종류별로 먹다보니 까칠한 내 몸에서 술을 받아주지 못해서 얼큰하게 취하지 못하고, 즐거움을 주지 못한데에 작가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평소 회사사람들과 오래본 지인들과의 1박자체를 불편해하는 까칠함이 있는데, 회사사람들과 오래본 지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작가님들과의 1박은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정말 최고의 즐거움과 보람을 주었다.
그리고 아직 올해가 다 끝나지는 않았지만, 가장 마음이 편했던 이틀이었다.
함께한 모든 작가님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며,
연말에는 도시에서 취글프로젝트를 이어나가든가, 아니면 내년 봄 나만의 삶의 터전이 오픈되는 걸 기념하면서 오픈빨 취글프로젝트를 하든, 어떤방식이 되었던 간에 조만간 곧 취글프로젝트 2회차가 개최되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칠라 한다.
다음 회차때는 얼큰하게 취해서 글을 꼭 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