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패션왕이라는 별명

by Asurai

방학 동안 잡지를 뒤지고

거울 앞에 서서 나를 연구했다.


그 시간들이

내 몸을 지키는 갑옷이 되었다.


옷이 달라지자

세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패션왕.”


처음엔 장난으로 붙은 별명.

그러나 점점, 누군가는

진심으로 그렇게 불렀다.


나는 귀를 뚫고

처음으로 귀걸이를 했다.


작은 금속 하나가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라

“이제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다”

라는 선언 같았다.


거울 앞에서 반짝이는 귀걸이를 볼 때

마치 내 안의 불이 다시 켜진 듯했다.


예전처럼 겁내지 않았다.

예전처럼 숨지 않았다.


그 시절 나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어른 흉내를 내기도 했다.


담배 한 모금.

술 한 잔.


그 모든 행동이

내게 어른스러움을 주진 않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때의 나는 생존이 아니라

존재를 증명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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