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자유의 착각과 방황이 열리던 문

by Asurai

실업계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나는 마치 세상이 나에게 입장권을 건넸다고 믿었다.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어깨 위에 얹혀 있던 무언가가 벗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나도 자유다.”


그때의 나는 자유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책임도, 방향도, 목적도 없는 자유.

그저 세상이 허락한 방학 같은 기분이었다.


처음엔 단순했다.

학교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더 좋았다.

수업은 금방 질렸고, 숙제는 먼 이야기였다.


아침이면 교복을 대충 걸치고 집을 나섰다.

잠에서 덜 깬 골목의 공기는 차가웠고,

교문 대신 향한 곳은 늘 같은 PC방이었다.


문을 열면 따뜻한 공기와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쏟아졌다.

그곳엔 중학교 시절부터 이어진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엔 주먹다짐으로 시작한 사이였는데,

그 뒤론 이상하게 마음이 통했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친구.

같이 있어도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친구.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우린 단순히 비슷해서 가까웠던 게 아니라

서로의 결핍을 닮아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아침 게임으로 하루를 열고,

점심쯤 학교에 들어가 형식적으로 얼굴만 비췄다.

선생님에게 혼나도, 매일 엉덩이를 맞아도,

그때의 나는 이상할 만큼 즐거웠다.


“걸려도 뭐. 그래도 난 자유니까.”

그게 내 안에 자리잡은 거짓된 당당함이었다.


하지만 자유라는 건

생각보다 빨리 무너졌다.

집이 있었다.


아무리 실업계라도,

나는 여전히 부모님의 아들이었고

규칙 아래 살아야 했다.

특히 저녁 식사 전까지는 반드시 집에 들어와야 했다.


그 단순한 규칙이

세상에서 가장 큰 족쇄처럼 느껴졌다.


“고등학생인데, 아직도 통금이라니.”


그때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한 규칙과

나를 가두는 규칙을 구분할 줄 몰랐다.


학교가 끝나면 곧장 친구네 집으로 향했다.

그곳은 또 다른 세상이었다.

허락도, 꾸중도, 감시도 없었고

우리만의 시간이 흘렀다.


담배 연기, 웃음소리, 저렴한 맥주의 쓴맛,

누군가 틀어놓은 힙합 음악.

그 속에서만 나는

‘살아있다’고 느꼈다.


그러던 어느 연휴 전날,

친구가 말했다.


“야, 오늘 우리 집에서 자고 가. 부모님 출장 가셨어.”


세상이 내 앞에 손을 내민 것 같았다.

들뜬 마음으로 부모님께 허락을 구했지만

대답은 짧았다.


“안 된다.”


그 한마디가 정신을 뒤흔들었다.

그저 친구네서 자는 건데.

걸어서 3분 거리.

서로 잘 아는 집.

뭐가 문제일까.


아무리 설명해도

그날 부모님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밤이 되자,

나는 조용히 집을 나왔다.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가로등 빛이 눈송이를 천천히 태우는 것처럼 떨어졌다.


입술에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연기가 허공에 흩어지는데

마음도 같이 흩어지는 것 같았다.


“왜 나만 안 되는 거냐…”


그때의 나는

억울함도, 반항도, 외로움도

한꺼번에 삼키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처음으로 집을 떠났다.


그리고 그 순간,

내가 믿어온 자유의 문이 열렸다.

하지만 그 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그날의 나는 아직 몰랐다.


자유는 달콤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유 없이 쓸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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