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그냥 살고 있던 시간

그때는 그냥 흘려보냈던 말

by Asurai

부모님은 자주 같은 말을 했다.

특별할 것 없는 말이었고,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말들이었다.


“밥은 먹고 다니냐.”

“몸 상하지 않게 해라.”

“무리하지 마라.”


그땐 그 말들이 왜 그렇게 자주 나오는지 몰랐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듣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인사처럼 흘려보냈다.

대충 고개만 끄덕이거나,

알았다는 말로 끝냈다.


그 시절의 나는

앞으로 가는 일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지금이 힘들어도

이 시간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고,

그래서 누군가의 걱정을

굳이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들은 조언도 아니고,

잔소리도 아니었다.

답을 바라는 말도 아니었다.


그저

오늘 하루를 무사히 넘겼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뿐이다.


요즘 내가 그런 말을 하고 있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달았다.

“밥은 먹었어?”

“오늘 좀 피곤해 보이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지?”


의미를 담아서 말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상대가 오늘을 잘 지나왔는지

확인하는 말이다.


그때서야

부모님의 말들이

조금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라는 말이 아니라,

지금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말이었구나.


그 시절의 나는

그 말을 흘려보냈고,

부모님은 또 아무렇지 않게

다음 날 같은 말을 했다.


아마 그 말들은

대답을 못 들어도 괜찮았을 것이다.

그날도 살아 있었다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했을 테니까.


지금도 가끔

그 말들이 떠오른다.

대답하지 않아도 됐던 말들,

그래서 더 오래 남은 말들.


그때는 그냥 흘려보냈는데,

지금은

괜히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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