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내가 선택한 길
열아홉 살의 나는,
처음으로 내 힘으로 길을 선택했다.
그전까지 나는
정해진 시간표, 정해진 교복,
정해진 선로 위에서만 달려왔다.
하지만 그해 겨울,
나는 처음으로 내 인생의 운전대를 잡았다.
“미용을 하자.”
멋을 흉내 내던 시절은 지나고,
이제는 사람을 멋있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누군가를 변화시키고,
그 사람이 거울 앞에서 웃는 순간을 만드는 사람.
그런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 결심 하나로
내 일상이 달라졌다.
지각이었던 아침에
누구보다 먼저 학교에 갔고,
텅 빈 교실 책상 위에 팔을 괴고
미용 영상을 찾아봤다.
한 번도 궁금하지 않았던
가위 잡는 법, 컬 넣는 각도, 염색 배합표…
그 모든 게 재밌었다.
처음으로 ‘해야 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어서’ 한 공부.
그 감정이 나를 살렸다.
⸻
문제는 있었다.
내 과는 미용이 아니었다.
평일 9시부터 5시 수업을 들으려면
학교의 허락이 필요했다.
교장실 문 앞에서
등판이 땀에 젖도록 서성였다.
수십 번 머릿속에서 연습했다.
말을 잘해야 한다.
진심을 보여야 한다.
담임 선생님은
잠시 나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겠다. 가봐.”
그 말 하나로
숨이 트였다.
나는 문을 두드렸다.
가슴이 울렸다.
“교장선생님,
국가 지원 프로그램으로 미용을 배우고 싶습니다.
진심입니다.”
교장 선생님은
내 얼굴을 오래 바라보았다.
나의 두려움,
나의 간절함,
나의 불안정한 어른 흉내까지
모두 들켜버린 것 같았다.
그러더니 미소를 지었다.
“그래. 해봐라.
네가 선택한 길이면 따라가보는 거다.”
그 짧은 문장이
내 열아홉 살의 첫 축복이었다.
⸻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그날부터 나는 매일 아침 8시에 일어나
미용 실습실로 향했다.
펌약 냄새가 밴 가운,
손가락을 타고 흐르던 염색약,
거울 앞에서 만나는 새로운 나.
다리가 아파도, 손목이 아파도
입술에선 떨림보다 설렘이 먼저 나왔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진짜 노력이었다.
누구의 강요도 없었다.
처음으로 스스로 해낸 하루였다.
밤에 베개에 누우면
몸은 무너져도 가슴은 뛰었다.
“나, 이제 진짜 어른 되는 걸까?”
그 생각이 마치
아주 작은 햇살 한 조각 같았다.
따뜻했고,
조금은 무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