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오늘은
결과가 없던 하루였다.
애쓴 시간은 있었지만,
눈에 보이는 변화는
아직 없었다.
예전의 나는
이런 날을 견디지 못했다.
무언가를 했으면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게 보이지 않으면
내가 잘못 가고 있는 건 아닐까
스스로를 의심했다.
그래서 기다림은
늘 불안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처럼 느껴졌고,
그 안에 서 있는 내가
점점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기다림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쌓여가는 시간일 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알 것 같다.
오늘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건 아니다.
나는 포기하지 않았고,
멈추지 않았고,
같은 자리에 서 있지 않았다.
단지
아직 결과로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다.
그 차이를
이제는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조급하게 확인하지 않기로 했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면
그 시간까지도
내 몫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기다림은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를 무너뜨리는 이유는 아니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도
조용히 자리를 지키며
하루를 지나온
너에게 말해본다.
오늘도 살아낸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