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그냥 살고 있던 시간

아직은 돌아오는 쪽에 있는 사람

by Asurai

생각보다

나는 아직 돌아오는 쪽에 더 가깝다.


하루를 마치고

문을 열고 들어오면

불이 켜진 거실이 있고,

이미 누군가가 앉아 있는 자리.


그 풍경이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가끔은

그게 당연하지 않다는 걸 떠올리게 된다.


예전에는

그 자리가 늘 그 자리에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돌아오기만 하면

항상 그대로일 거라고.


그래서

조금 늦게 들어가도 괜찮았고,

굳이 서두를 필요도 없었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그 자리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이

괜히 다행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별일 없는 밤,

익숙한 저녁,

그대로 이어지는 하루.


그게

언제까지나 당연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래서인지

요즘은

조금 더 일찍 돌아오게 된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냥

그 시간을 조금 더 오래 보내고 싶어서.


저녁을 먹고,

소파에 앉아 있고,

아무 일 없는 대화를 몇 마디 나누고,

잠들기 전까지

같은 공간에 머무는 시간.


예전엔

그게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는데,

지금은

그게 전부일 수도 있다는 걸 안다.


아직 나는

기다리는 쪽보다

돌아오는 쪽에 더 가깝다.


그래도

언젠가는 자리가 바뀌겠지만,

지금은

이 자리에서 보이는 풍경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괜히 안심되는 공기,

이미 시작되어 있던 저녁.


그 안으로 들어가

자연스럽게 하루를 이어가는 나.


오늘도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만큼은

이상하게 가볍지 않았다.


아직은

돌아오는 쪽에 있다는 것,

그게

괜히 다행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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