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3월의 회고와 4월의 다짐

옷장정리

이제 옷장에 겨울 옷을 꺼내고 빈 자리에 봄과 여름 옷을 채워넣으려고 한다. 갑자기 더워질 때 입을 옷이 없어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 3월이 지나고 4월이 왔다. 예상보다 일찍 핀 벚꽃은 이제 거의 다 떨어지고 나뭇가지에는 푸른 잎들이 솟아나고 있다. 빠르고 강렬하게 지난 3월. 난 무엇을 했을까 돌아봤을 때, 어느 때보다 열심히 산 3월이었다. 도서관도 자주 가고, 내가 3월동안 도서관에서 빌린 책만 총 23권이었다. 물론 다 보지 못한 몇 권의 책들도 있지만 23권의 책이 우리 집에 왔었고, 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왜 그렇게 책에 집착했을까 생각해보니, 나는 나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편안히 반복되는 행위 속에서 물살에 따라 흘러가는 물고기가 되는 건 싫었다. 그래서 물살을 역행하며 나만의 방향과 길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 시작된 것이 3월이었다. 많이 읽고 쓰고 말하고 찍고 그렸던 달이었다. 그래서 나를 찾았냐 라고 물어보면 아직도 잘 모르겠다. 시간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는데 나는 여전히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워 바쁘게 몸과 마음을 움직이며 뭔가 해내기를, 뭔가 일어나기를 바랬던 것 같다. 그래서 계속 자극적인 콘텐츠를 소비하며 그들의 방식을 따라하고 그 결과로 나오는 수치에만 집착했던 시간이었다. 그러다 지칠 때쯤 저번 주 도서관에 가서 특별한 한 권의 책을 발견했다. 바로 ‘내 생각과 관점을 수익화하는 퍼스널브랜딩’이라는 책이었다. 사실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문구를 봤을 때는 ‘뭐 이때까지 들었던 뻔한 이야기겠지.’하며 펼쳤는데 작가는 나의 그 뻔함을 예상하고 있었고 그 뻔함에 지친 나같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이전과는 조금 다른 퍼스널 브랜딩에 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책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퍼스널 브랜딩의 목적은 ‘입체적인 나’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입체적인 나를 구성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기록해나가는 것이지요.
나만의 시각말입니다.
이것이 앞서 말한 ‘관점의 전문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바로 이거다!’라는 깨달음이 왔다. 나는 계속 일기 같은 아주 단순한 기록이나 반응이 좋을 것 같은 주제와 문구의 글만을 쓰다보니 이게 온전히 내 것이 아니기도 하고, 나 스스로 성장도 없다고 느꼈던 것이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즉 주체적인 나만의 시각이 빠져있었다.


그래서 지금껏 해왔던 방식은 겨울옷처럼 창고에 넣어두고, ’관점적인 전문성’이라는 새로운 봄옷을 옷장에 채워넣고 매일 꺼내입기로 다짐했다. 3월은 넓게 팠던 시간이라면 4월은 조금 더 깊게 파는 것에 집중해보기로 한다. 그렇게 또 한 달을 보낸 후 돌아보면서 뺄 것들은 빼고 바꿀 것들은 바꾸고 새롭게 넣어줘야 할 것들은 넣어주며, 점점 더 나다움을 찾아가기를.


그리고 ‘척’하지 않고 솔직해지기를 다짐한다. 아는 척 하지 말고 솔직하게 모른다고 말하며 배워가고, 글을 잘 쓰거나 말을 잘 하는 척하지 않고 그저 솔직하게 쓰고 말하기를, 늘 긍정적인 척하지 않고 부정적인 감정도 잘 들여다보고 그것 또한 나의 일부분임을 인정하고 미워하거나 부정하지 않기를. 4월은 마침 내 생일이 있는데,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는 사람이 태어났음을 감사하며 나를 더 사랑하는 따뜻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 모두에게는 동심이 필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