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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뎌진 감각을 살아나게 해준 집

자취 이후 달라진 점

내 삶은 자취 전과 이후로 많이 달라졌다. 자취 하기 전에는 늘 더 강력한 자극을 좇아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늘 유행하는 장소나 맛집, 카페를 찾아가고 쉬는 날이면 무조건 여행 계획을 잡고 집밥보다 바깥음식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그래서 살도 많이 쪘다.) 문제는 자극을 좇을수록 만족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되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었다.


외부에서 주입되는 자극이 감각을 독점하면 내부의 감각을 인식하는 채널이 파괴된다고 한다. 그로 인해 자신의 감각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고 선택에 확신이 서지 않고 갈등과 저항을 증폭시킨다. 우리의 감각은 담백하고 미세한 자극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고 발끝에서 몸 전체로 느껴지는 신체 감각에 대한 자각력이 높아지면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이해하는 능력도 커진다고 한다.


늘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고 남들 하는대로 살아가던 내가 ‘온전한 나’를 찾기 위해 이곳에 왔을 때는 처음으로 나 자신만 생각하고 선택해서 왔다. 다들 이런 저런 이유로 참견할 때 처음으로 다 무시하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이곳에 왔다. 그 결과 외부의 자극으로 무뎌지고 죽어있던 감각들이 살아났다.


매일 아침 방 안으로 쏟아지는 햇살에서

직접 재료를 손질하여 요리한 건강한 음식에서

깨끗하게 설거지한 예쁜 식기구에서

내가 좋아하는 색들로 꾸민 인테리어에서

책을 읽다가 만난 내 마음을 울리는 한 문장에서

나의 일상을 담아 직접 그린 그림에서

소소하게 홈캠핑을 누릴 수 있는 테라스에서

흙 사이로 빼꼼 얼굴을 내민 새싹에서

햇볕 아래 뽀송뽀송하게 마른 빨래에서


이곳에 온 이후로 무언가를 가만히 오랫동안 보는 습관이 생겼다. 어떤 것의 온도, 색깔, 냄새, 맛, 촉감을 충분히 느끼다보면 내 안에 다른 것을 더 원하지 않는 온전한 만족감과 감사함이 올라온다. 그로인해 나는 나의 감각과 선택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지금도 나의 행복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 이전의 나였다면 상상도 못할 일들을 하고 있는 과감한 나를 발견하곤 한다. 이 집이 나를 변화시켰고 그 변화로 인해 나는 더 나다워졌고 행복해졌다. 또한 삶도 더욱 풍요로워졌다. 혹시나 이전의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꼭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분명 자신 안에 잠들어있던 감각을 깨우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화려한 경험뿐만 아니라 일상의 밀도 높은 경험이 우리를 더 풍요롭게 위로할 수 있다.”


_김권수 <누리고 음미하는 삶에 대하여>


ps. 이 집에 왔던 초창기에 테라스 꾸미기 전 모습이다. 왠지 모르게 난 이 사진이 참 좋다. 지금도 지금 나름대로 풍성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저때의 미니멀함도 그립달까. (미니멀 맞나,,ㅎ) 다음 집은 어떻게 꾸밀지 벌써 행복한 상상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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