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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한 여름을 보내며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노인 한 사람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

그만큼 한 사람의 인생은 그만의 무궁무진한 경험과 지혜들로 가득하다.

가장 창의적인 것이 가장 개인적인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만큼 흥미로운 것도 없다.

우리는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다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같은 것을 보고도 느끼는 감정이 다 다르다.

누군가에겐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지긋지긋한 존재일 수 있는 '여름'이

누군가에겐 조금만 더 머물러 주기를 바라는 뭉클한 존재일 수 있듯이.

한 번 뿐인 나의 스물일곱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그 어떤 여름보다 치열했고 많이 울었지만

그건 마치 성장통처럼 나를 무럭무럭 자라나게 해줬다.

어른이 되면 성장통이란 없을 줄 알았는데.

청소년기보다 더 심하게 앓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지속적으로 커리어에 변화를 주는 사람이고 싶다.

한 가지를 오래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그것도 맞다)

나는 '안정'이 아닌 '안주'해버릴 때 더욱 불안해지는 사람이라는 걸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는다.

이전까지는 타인이 바라는 내 모습에 갇혀

한 가지를 진득하게 해내는 사람이 되고자 했었다.

그래서 그 모습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쳤을 때

이미 '안주'하는 데 편해진 몸이 계속 거부하며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 불안함을 떨쳐내는 방법은 그 불안한 짓을 해버리는 방법 뿐이었다.

그렇게 늘 불안하면서도 계속 몸을 움직이다 보니 어느덧 새로운 시작 코앞에 놓여있다.

이 시작을 위해 그토록 치열하게 달려왔는데

결국 이뤄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또 다른 시작'이었다.

이제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것을 열심히 해내면서

'또 다른 시작'을 향해 달려가기로 했다.

내 인생은 아마 이 사이클의 반복일 것 같다.

포트폴리오를 작성할 때 첫 페이지에 자신만의 키워드를 적어넣는다.

'일잘러', '분석력', '디자인에 강한' 등등 멋진 키워드들을 적을 때

나는 '꾸준하게 다양한 시도를 하는' 이라는 키워드를 넣었다.

사람의 능력치를 육각형으로 표현한다면

나는 어디 하나 뾰족한 곳이 없는 그리고 크기가 아주 작은 육각형이다.

어느 하나를 끈질기게 해내는 독한 면은 없지만

호기심을 가지고 조금씩 조금씩 다 해보는 사람이다.

한편으로는 특출난 것이 없는 것 같아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쭉 살아가다 보면 커다란 육각형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 누구보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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