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물건의 가치는 그것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에 의해 결정된다
작년 부산에서 자취할 때는 파란색과 보라색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듯한 오묘한 푸른색의 테이블을 썼다. 나는 색이 우리의 심상에 많은 영향을 주고, 어떤 색을 가까이하냐에 따라 우리의 마음도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테이블 색상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영상을 편집하든 모든 창의적인 일은 다 테이블 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보라색은 새로운 변화에 대한 시도를 하게끔 만드는 심리가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작년에도 그 테이블 위에서 많은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고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 테이블을 가지고 왔다면 좋겠지만 서울로 올라오면서 반으로 줄어든 공간 때문에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본가의 내 방에 두고 왔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금의 공간에 딱 맞는 사이즈의 푸른 보라색 테이블을 장만했다. 보기만 해도 나에게 수많은 영감을 줄 것 같은 든든함이 든다. 오늘 대표님께서 우리 회사도 인스타툰으로 브랜딩을 해보자고 해서 회사 캐릭터 구상부터 시작했다. 퍼스널 브랜딩을 할 때도 엄청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회사 브랜딩은 더 장난 아니게 어렵다는 걸 몸소 느꼈다. 그래도 하는 김에 잘 됐으면 좋겠으니 온갖 레퍼런스를 다 모으고 마인드맵 하며 기획하다가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아서 퇴근 후에도 계속 그 생각만 하게 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해도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만들고 싶은 인간의 심리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게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주지 않을까라는 기대로 오늘도 이 보라색 테이블에 앉아본다. 뭔가 장황하게 썼지만 사실 난 그냥 보라색이 좋다. 보라색이 짱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