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테이블 위에서의 사색
이전에 유재석님이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으면서 얼굴이 초록빛이 돌든 말든 자신이 선호하는 쨍한 색감의 컬러만은 고집하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박박 웃은 적이 있다. 그 이후로 나영석 PD님께서도 퍼스널 컬러를 하는데 비슷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컬러와 싫어하는 컬러에 웃고 우는 표정을 보며 왠지 기분이 좋았다. 나에게 무엇이 어울리는지에 대한 타인의 객관적 판단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내가 좋아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그래서 난 퍼스널 컬러 진단을 굳이 받지 않았다. 항상 푸른 색감의 옷 스타일을 입는 나를 보며, 주변 사람들이 “넌 확신의 쿨톤이다!”라고 하지만 20대 초반까지는 항상 갈색 머리에 베이지, 카키, 연노랑, 브라운 등 따뜻한 색감의 컬러만을 입었었고 그때는 또 그런 스타일이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작년 여름, 교보문고에 들러 잠시 앉았다가 그 자리에서 한 권을 다 읽어버린 임경선 작가님의 <나 자신으로 살아남기>를 다시 훑어보았다. 모퉁이를 접어놓은 페이지를 펼치면 뭉퉁한 회색 연필심으로 그어놓은 문장들이 있다. 그 문장들을 하나하나 다시 곱씹으며 그래, 나는 이런 삶을 원했지, 하고 다시 확신하며 책을 덮었다. 그건 바로 ‘행복’이다. 각자 행복의 핵심이 다르겠지만 나에게 행복은 ‘자유’와 ’아름다움‘이다. 나이, 선입견, 고정관념 같은 것들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잊어버리며 순간의 감정들을 생생하게 느끼며 살아가고 그것을 아름답게 표현하며 사는 삶. 그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모습이다. 그 과정 속에서의 선택들이 틀릴 수도 있고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것을 선택하기로 했으니 괜찮다, 라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