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마케터가 될 상이 아닌데요

EP8. 말은 착한데, 왜 안 움직일까

by 남욘환

올바른 말보다, 익숙한 말이 마음을 움직인다


회의 끝에 늘 남는 건
한 줄의 문장이다.

브리핑 때는 PPT가 40장이어도,
사람들은 결국

첫 문장, 혹은 마지막 슬로건 한 줄만 기억한다.


그러니까
그 한 줄을 위해 수십 시간을 고민한다.

“당신의 나눔이 한 아이의 삶에...”
“공감, 변화, 지속가능성”

다 올바른 말이다.


틀린 건 없다.
문법도, 의미도, 감정도 다 맞다.

그런데…
마음은 안 움직인다.


‘착한 말’을 했는데
왜 아무도 고개를 들지 않을까?
왜 스쳐 지나가는 말처럼 들릴까?


하지만,
가장 쓰기 어려운 게 바로 ‘올바른 말’의 반대편에 있는,
‘익숙한 말’을 쓰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우리는 늘 바른 말에 갇힌다.


너무 올바르면
마음에 닿지 않는다.
너무 정제되면
사람 냄새가 없다.


좋은 말과 기억되는 말은 다르다.
공감받는 말은
정확한 말이 아니라,
“나한테 하는 말 같다”는 느낌을 주는 말이다.

그래서 매일 쓴다, 지운다, 다시 쓴다.


“너무 가벼운가?”
“너무 자극적인가?”
“너무 낯선가?”

그리고 다시 돌아온다.

그 사람이 평소에 쓰는 단어,
그 사람의 리듬,
그 사람이 고개를 들게 만드는 말.

그 모든 걸 짚어가며,
단 하나의 문장을 만든다.


보고서엔 한 줄,
브로셔엔 한 문장,
배너엔 여섯 단어.


그 안에
내가 보고 들은 현장과,
그 사람의 마음과,
내가 믿는 ‘진심’이 같이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카피를 쓰는 건
업무가 아니라 고백이다.

그 사람이 멈추게 만들고,
고개를 들게 하고,
결국 마음을 열게 만들기 위한
한 줄의 고백.


나는 아직도 매번 흔들린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가 믿는 건 하나다.


말은 올바를 필요는 없다.
말은 그 사람에게 닿을 필요가 있다.


ChatGPT Image 2025년 6월 18일 오후 06_41_05.png


다음 화 예고 – 9화
좋은 기획이 ‘사람’에게 닿기 위해 필요한 건 바로,
‘말하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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