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이혼하는 여자

수술하는 날

by 지칼라

새벽부터 분주하다.

더부룩한 수염을 자르고 면도기로 밀어야 한다. 왼쪽 마비가 와서 한 손으로 면도하기에는 역부족인데 고집을 부린다. 내가 가위로 수염을 자르는데 사각사각 소리가 조금은 두려웠을까? 아님 자기 얼굴에 스크레치라도 낼까 봐~~ 잔소리를 한다.

내가 봐도 난 재주가 많은 거 같다. 잘했네 거울을 남편의 얼굴에 들이밀며 괜찮죠 했더니 면도기를 달라며 쓱쓱 밀어 본다. 힘들었는지 나한테 건넨다.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하게 면도를 하고 스킨과 로션을 듬뿍 발라주니 주름 없는 잘생긴 얼굴이 나왔다. 만족한 얼굴로 엄지손가락을 들어준다.


간호사선생님의 완벽한 솜씨로 10년 동안 애지중지한 머리카락이 잘려나갔다. 기념으로 간직하자는 남편에게 금방 자랄 거예요. 위로의 말을 전하는 간호사선생님의 친절한 배려에 감사인사를 하고 남편을 바라보니 시아버님의 모습이 보인다. 조금은 애처로워 보였지만 내 마음이 애잔하지 않음은 왜일까~~

오늘도 나는 이혼하지 못하고 수술실에 들어가는 남편의 모습을 눈에 담는다.

하나님 저 사람의 영혼을 구원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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