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를 앞두고,
주변의 엄마들이 하나둘 무너지는 걸 보았다.
자모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
오랜만에 다시 만난 동창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친언니까지.
엄마의 이름으로 살면서 사춘기를 거쳐가는 자녀들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라는 이름으로 살아오면서
스스로 감당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많은 일들을 맞이했던 그녀들이 조용히 말했다.
“나 요즘 약 먹어.”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덧붙였다.
“잠이 안 와서.”
“불안해서.”
“그냥… 하루가 너무 버거워.”
그 말들이 내 귀에 오래 남았다.
왜냐하면 그 얼굴들이
‘특별히 약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 키우며 버텨온 사람들,
가정과 일을 오가며 자기 몫의 하루를 살아낸 사람들,
겉으로 보기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였던 엄마들이
어느 순간부터 약 없이는 하루를 넘기기 어려워하고 있었다.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충격적인 사건이 있기도 했고, 호르몬 변화 때문이기도 했고,
뚜렷한 이유 없이 쌓인 불안과 피로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꽤 늦게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다. 의사도 아니고, 치료사도 아니다.
그저 먼저 흔들렸고, 먼저 지켜보았고, 많은 여성들을 상담하는 가까운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우연히 다른 선택지를 경험한 사람이다.
나 역시 불안과 불면의 시간을 겪었다.
잠을 못 자서 다음 날의 생활이 무너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음이 조급해지고,
“오늘은 정말 한숨도 못 자겠구나” 싶은 밤도 있었다.
크리스천이 아니던 시절,
우연히 들은 몇 곡의 복음성가로 큰 위로를 받은 적이 있다.
내가 아주 작아졌던 시절로 기억된다.
몸은 다 커서 어른이 되고 그것도 엄마라는 위치에 놓인 다 큰 사람이었지만 그 시절 나의 마음은 가장 위축되고 보잘것없는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가짜미소라도 어색하게 지어 보여야 하는 그런 엄마로 지낸 적이 있다.
그때 지인이 아이들에게 들려주라며 틀어놓은〈야곱의 축복〉이라는 노래가 이상하게 내 마음을 붙잡았다.
그 이후 나는 백 일이 넘도록 그 노래를 틀어놓고 잠들었다.
신앙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노래의 울림이 나에게 맞았기 때문이다.
그 시간 동안 내 마음은 조금씩 회복되었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이 책은 “이 음악이 정답이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에게 맞는 소리는 따로 있고, 소리를 찾는 과정 자체가 회복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불안할 때,
우울할 때,
잠이 오지 않을 때,
에너지가 바닥났을 때.
그 순간마다 내 고유진동수에 맞는 소리를 의도적으로 선택하는 삶.
이 책은 그 선택을 도와주는 책이다.
약을 먹기 전, 아니면 약과 함께라도, 당신이 당신 자신을
조금 더 다정하게 돌볼 수 있도록.
오늘 이 책을 펼친 당신이 이미 변화를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이 책이 제 역할을 시작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