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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테하라 Oct 16. 2023

인생레시피

오늘의 나보다 내일은 더 현명해지길 바란다.

행복은 상수가 아니다.     

지금만큼 불안했던 시기가 있었을까? 모든 물품은 풍족하고, 정보와 지식은 요술 램프 속 지니처럼 말 만하면 알려주고, 굳이 물건 사러 나가지 않아도 정확하게 물건들 배달되고, 먹고 싶은 것도 이제는 사러 갈 필요가 없이 주문만 하면 시간까지 정하여 문 앞에서 받을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옛날 상류층들이 말만 하면 하인들이 해주었던 것들이다. 이런 시대에 불안이라니. 

누더기 옷을 입는 사람도 없는 지금 현재 나는 마법을 찾아 여행한다.

행복한 감정 말고는 허용되지 않는 SNS는 우울하거나 음침하면 '좋아요'를 받지 못한다. 소통하고 싶어 시작한 SNS는 감정을 드러내면 공격하거나 가르치려고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즉각적으로 뜨는 광고들이 넘실거린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정보는 공공물이 되어 보이스 피싱의 먹잇감이 된다.

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하는 시장일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눈이 세상을 지배한다.

예전에도 그랬다. 겪는 시대적 환경은 달랐지만 먹고 사는 것에 왕 빼고, 귀족 빼고, 자본가 빼고 모든 시대의 평민들 삶은 항상 고단했다.

지금은 램프 속 요정에게 빼앗긴 채널권이지만 옛날 (그래봤자 활자가 발명되어 책이 나오기 시작한 지 500여 년 되었고, 그림 형제가 민담을 채록해서 책으로 찍은 지 20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에 전해져 내려오던 이야기들이 있다. 재미있고, 통쾌하고, 무섭고, 잔인한 이야기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재해석되고 재구성되어 지금도 여전히 읽히고 만들어진다.

지식이 엘리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고, 문화가 상류층만 즐기지 않게 되었다. 그 사이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도 이제는 시대에 따라 도구를 사용하면 되는 걸 알게 된 뱁새들이 있다. 뱁새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개척하는 삶을 살겠다는 저항 의식을 갖게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수저들은 나뉘어 있다. 수저조차 들고나오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민담들은 알려준다. 그리고 민담은 경고한다. 주어진 조건에 어쩌다 온 네 잎 클로버를 함부로 내보이지 말라고(속임수). 행운이 찾아왔을 때 행복해지려 하지 말고 목적을 가지라고 말한다. 어쩌다 찾아온 행운처럼 어쩌다 부닥친 불행도 빠져나갈 방법은 있다고 알려준다. 

민담들은 문화가 다르면서도 비슷하게 조금씩 변형되어 있지만 결국 사람 사는 것은 다 거기서 거기인데 유독 행복하지 않다고 조건이 불리하다고 해 보았자 인생 한 번뿐인데 한 번 더 힘내게 해주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은 일단 몸이다. 마라톤을 보면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출발선에 선 모든 선수는 몸 하나로 뛴다. 그러나 그것도 금수저와 흙수저와 수저조차 들고나오지 못한 선수로 천차만별이다. 많은 스폰서들이 훈련과 기능성 의복과 신발을 아낌없이 주는 금수저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수저조차 들고나오지 못했으면서 같은 출발선에 있지 않은가? 그건 금수저나 흙수저나 수저 없는 선수나 다 똑같은 목적을 갖는다는 뜻이다. 승리하겠다는 것. 무엇을 위한 것인지는 각자 다르지만, 목적은 확고한 것이다. 

우리는 일단 인간이지 않은가? 동물이나 식물도 각자의 목적을 이루고 사라진다. 인간은 생존과 번식만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소명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내게, 있는 것은 몸, 정신, 마음이다. 몸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으나 정신과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들이 보이는 물질로 고통받아서 우울하다. 그리고 지금은 우울도 상품이 되어버렸다. 이런 불행한 시대에 위로해 주고, 격려해주고, 경고해주며, 방법을 알려주는 민담에는 수많은 인간과 동물과 사물과 식물이 나온다.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했고,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알아가다 보면 여기,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 마법처럼 있다. 보이지 않은 것이 아니라 보지 않았던 것들이 나타난다.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고 아니, 내가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 마법처럼 세상은 변한다. 

같이 마법 세상 속으로 여행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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