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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테하라 Oct 16. 2023

브레멘 음악대

그들은 원하는 곳은 아니지만 겸손한 행복을 가졌다.

젊음은 마법이다. 아름다움, 꿈, 활력, 미래, 조력자들, 마법의 도구들이 모두 젊은이의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돕는다. 이런 마법들이 모두 사라진 사람이 길을 떠나며 만나는 동료들과 함께 새로운 곳을 향해서 모험을 떠났다. 이런 마법 좋다. 브레멘 음악대는 마법을 잃은 우리에게 건네는 희망이다. 

아무도 오라고 하지 않고 누구도 기다리지 않는 그곳은 브레멘이다. 민담에서 지역을 이렇게 분명하게 명시한 경우는 지역의 특성과 민담이 말하고자 하는 현재와 미래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당시 브레멘은 독일을 중요한 항구도시이고 예술과 음악, 문학의 중심지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금 우리 친구들이 가고자 하는 브레멘은 신세계이다. 그들이 꿈꾸는 그곳, 우리가 꿈꾸는 그곳은 먹고 쉬고 놀고하는 곳이 아니라 자신의 유용성을 증명하고 싶은 장소이다. 그들은 생계를 위해 자신의 유용성이 계속 지속되어야 했다. 우리의 길들어진 본능은 이제 필요 없어져 버림받은 것이다.      

재능은 젊은이들과 비교해서 보잘 것 없고, 지식은 오래되고 낡은 사전과 같아졌다. 육체적 쇠락으로 당나귀는 곡식을 나를 힘이 없어지고, 개는 늙어 활력이 없어 사냥하지 못하고, 고양이는 이가 무뎌져 쥐를 잡기보다 난로 옆에 있는 게 더 나은 나이가 되었다. 언제나 정확히 시간을 알려주던 성실한 늙은 수탉은 손님을 위한 수프가 될 운명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들은 이제 쓸모가 없어졌다.

자기 효용성을 상실한 당나귀는 모험을 하기로 한다. 브레멘에 가서 악사가 될 거라는 꿈을 꾸면서 길을 나섰다. 길가의 개는 먹고 사는 것에 대해서 걱정하고, 고양이는 뭘 해야 하는지 모르고, 수탉은 죽기를 기다리면서도 자신이 해던 일을 악을 쓰면서 성실히 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인간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힘든 말년의 삶에서 동물이라고 하지만 모든 자신의 효용성을 잃은 사람들의 넋두리이다. 

여기에 나오는 동물들은 경험이 축적되어 자신과 다른 동물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떠나기 위해 안락한 곳을 버리는 행동을 한다. 쓸모는 없어졌으나 자신을 위해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여행을 한다. 일하기 위해 썼던 지식들도 가지게 되지만 오래 살다 보면 쓸모가 없는 정보도 있다. 당나귀의 추진력과 설득력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다른 동물들은 선택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실천하는 것이 대단하다. 남을 위해 살았던 자신들이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을 버리고 용기와 결단으로 과거와 단절하고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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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 밤이 오니 그들은 쉬었다. 포식자들이 있는 숲에서 밤에 다니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다는 것을 이들은 경험상 안다. 그리고 모두 한곳에 모였지만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습관과 성질에 따라 만약을 대비하면서 쉬었다. 당나귀와 개는 큰 나무 밑에 엎드리고 고양이와 수탉은 나뭇가지 위에 자리를 잡았다. 수탉이 가장 높은 가지 위에서 불빛을 보았다. 죽어 수프가 될 운명이 되었을 수탉이 발견한 빛은 구원이다. 여기에 나오는 동물들은 모두 가축이다. 그들은 야생의 삶이 불편하다. 그들은 집과 마당이 있는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잠깐의 휴식을 취한 4마리의 동물들은 밤과 숲속에서 새로운 활력과 기발한 생각과 민첩한 행동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숲속에서 나오는 빛은 도둑들의 은신처였다. 동물들에게는 자신들을 은폐시키고 위장할 수 있는 어둠과 숲이지만 도둑들에게 밤과 숲은 나쁜 짓을 할 수있는 공간이자 시간이면 자신들의 죄를 숨길 수 있도 있으니 그들에게 어울리는 시간과 공간이다. 그러나 모험가들에게 보이는 빛은 희망이다 창문 너머 집안을 염탐하는 동물들 역시 자신들의 역량에 맞게 행동한다. 당나귀, 개, 고양이, 닭이 올라타서 창문을 깨고 소리를 지르며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얼마나 유쾌하고 통쾌한지. 4마리 동물들의 불협화음은 얼마나 기괴했을까? 이 기발한 아이    디어를 같이 의논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기겁했을 도둑들의 모습도 재미있다. 함께, 동시에 새로운 것을 도둑들이 알아채기 전에 순식간에 민첩하게 창문을 깨고 들어서는 그들은 길가에 앉아 무력하게 신세 한탄하던 그들이 아니다. 도둑들, 사람을 쫓아냈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 기대로 가는 과정에 있던 에피소드로 끝난다면 그저 그런 이야기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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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이 도망치고 나서 4마리 동물은 도둑이 미처 먹지 못한 음식을 충분히 먹고 마셨다. 그리고 흥겨웠으나 각자 자신의 본성대로 잠을 잔다. 같이 또 따로. 이것이 불협화음을 만든 대단한 음악대이다. 음악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악은 소통이다. 그것은 서로 다른 것을 하나로 모아 차이를 극복하여 조화를 이루는 강력한 힘이다. 그런데 그것이 동물들에게는 아름답지만 도둑들에게는 무섭고 두려운 공포였다. 남의 것을 훔치는 자들이고 그러기에 그들의 죄의식은 공포를 더 해 망상까지 가지게 만들었다. 

도둑 두목이 부하에게 가서 다시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부하는 명령받은 자로 자기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도둑이 불을 켜면 어쩌자는 건가? 도둑인데. 부하는 고양이의 눈이 불붙은 석탄이라고 생각하고 불을 붙이려다가 할퀴고 말았다. 고양이가 있던 곳이 난로 옆의 따뜻한 재 위였기에 가능했다. 문 뒤에 있던 개는 부하의 발을 물었고, 마당에 있던 당나귀는 뒷발로 그를 걷어찼고, 닭은 소리를 질렀다. 적절한 자리에 각자 있으면 새로운 것을 같이 만들 수 있다.

부하는 자기 죄책감으로 인한 공포로 모든 것을 확대해서 보고, 말했다. 당나귀는 때리는 괴물이고, 개는 칼을 든 사람이고, 고양이는 회색 마녀이며, 수탉은 판사라고 말이다. 도둑들은 그곳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갔다.


 

삶의 목적을 브레멘에 두지 않아도 될 만큼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루었다. 동료가 생겨 소속감을 느끼게 되었고, 도둑들이 두고 간 재물은 먹고 사는데 궁핍하지 않을 정도로 있기 때문이다.

분명 옛날이라고 하지만 지금 현실도 냉혹하고 비참하기는 매한가지이다. 그러나 용감한 우리의 4마리 동지들은 모험을 떠나서 도둑들이 도망친 그곳에 생활하고 지낸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이 이야기를 한 그 사람은 아직도 이 이야기를 하고 다닌답니다."

지금도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고 엄연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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