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알코올 중독 문제, 그리고 그 치료까지
알코올 중독은 짐작컨대 인류의 탄생과 거의 동시에 시작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천연 상태에서 발효된 과일을 먹게 되는 경험은 아주 옛날부터 가능했을테니까요. 알딸딸하고 기분좋은 경험을 한 조상님들이 술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궁리했을지는 쉽게 상상이 가는 일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술 많이 마시는 나라 하면 사실 보드카를 마시는 러시아라든지 맥주를 물처럼 마시는 체코 같은 나라들이 먼저 떠오르긴 합니다만, 우리나라도 소주라든지 막걸리 같은 독창적인 술들이 있고 술에 대한 사랑에 있어서 결코 다른나라에 뒤쳐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실제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은 2019년 기준 8.7리터로 OECD 국가 평균(약 8.9리터)보다 약간 낮은 수준으로 나옵니다. 맥주를 많이 마시는 체코같은 나라들은 연간 알코올 소비량이 11리터가 넘는다고 하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시는 술의 절대적 양은 다른나라들에 비해 특별히 많은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그럼 다른 나라보다 술과 관련된 문제가 적은 편이냐 하면 실상은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마시는 양 자체는 많은 편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양보다 질입니다.
우리나라의 소주들 도수가 20도 정도 되었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의 독주 음용률은 2위인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1위였습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보드카를 마시는 나라보다도 독주 음용률이 높았다니 말입니다;
다행히 2000년대 중반 이후로 젊은 사람들의 음주 취향이 더 순한 방향으로 변화되고 여성 음주자의 비율도 증가되면서 우리나라의 소주 도수는 점점 낮아졌고 지금은 16도 정도의 소주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음주문화에서 가장 문제되는 부분은 바로 폭음(한 번의 음주에 알코올 60g 이상, 즉 소주 1병 이상 )률이 약 37% 정도로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우리의 음주 문화를 고려할 때 소주 1병 이상 먹었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있는 음주라는 인식이 별로 없습니다. 그냥 아 이 사람 술 좀 받는구나 이렇게 생각할 뿐입니다.(아닌가요? 저만 그렇게 생각하나요?;;)
이런 술에 대한 관대한 인식, 폭음을 쉽게 하는 음주문화는 결국 여러가지 문제적 통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알코올 사용장애에 대한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이 OECD 국가들중 압도적으로 낮은 2.6%입니다. 뒤에서 1등이죠. (뭐든지 1등아니면 꼴등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나라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알코올 사용장애를 정신과적으로 치료받아야할 질환이다라는 인식이 부족한 것입니다. 안그래도 우울증이나 여타 정신질환들에 대해서도 진료받는 비율이 매우 낮은 우리나라에서 알코올 중독은 더욱 더 간과되고 있는 질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음주운전 사고율(전체 교통사고 중 음주운전 사고의 비율)도 OECD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알코올과 관련해서 우리나라에는 문제가 많은 상황입니다. 결국 이들을 어떻게 치료하고 관리할 것인가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알코올 중독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정신건강의학과 질환들과 마찬가지로 이게 병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병식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 쉽지가 않습니다. 여기에는 앞서 말씀드렸듯 폭음에 대해 비교적 관대하게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음주문화 영향도 있습니다만, 알코올 사용장애가 무엇인지에 대해 사람들이 평소 오해하거나 잘 모르고 있다는 점도 한 몪 하는 것 같습니다.
알콜 문제 때문에 가족들에 의해 타의로 병원에 끌려온 분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있습니다. '내가 안마시려고 하면 몇달 아니 일년까지도 안마신다'고, '실제로 그런적이 있다'고 말입니다. 그럼 저희는 말합니다. '얼마나 자주 마시는가 하는 것은 알코올 사용장애인가를 가늠하는 기준이 전혀 아니'라고 말입니다.
물론 이전보다 더 많이 마시게 되었는가라는 항목은 진단 기준에 있습니다만 이 항목이 의미하는 것은 얼마나 자주 마시는지에 대한 절대적 기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점차적으로 더 사용하게 되었는지(내성)를 확인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꼭 충족해야 되는 기준은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중요한 진단 기준은 알코올 음용으로 으로 인해 어떠한 실제적 문제(직장, 가정, 사회적 관계)가 발생하고 있는가의 여부입니다. 진단명에서도 알수 있듯이 이 질환이 알코올 '사용장애'이기 때문입니다.
위에 말씀드린 예처럼 몇 달 동안도 술을 마시지 않았다가 간헐적으로 폭음하는 유형의 알코올 사용장애를 gamma type 이라고 구분합니다. 주로 미국의 알콜 중독자들이 이런 유형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gamma type 같은 경우, 자신이 꾸준히 마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가 음주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 결과적으로 병식이 더 잘 안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에 폭음은 잘 안하지만 매일 어느정도는 마셔야 하는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들도 있습니다. 이런 유형을 delta type이라고 하는데 유럽에 더 많다고 합니다. 이런 type이라고 해서 문제가 적지 않은 것이, 아무리 양을 조절해 마신다고는 하지만 일시적으로라도 금주 자체는 오히려 더 힘들어 하기 때문에 술의 부정적 영향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type을 떠나 알코올 사용장애는 환자 자신의 인생을 점차적으로 황폐화시키게 됩니다.
지속적 알코올 사용은 뇌기능 측면에서 보면 전두엽 기능은 약화시키고 변연계의 중독회로는 이상 활성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우리 현대인들은 스스로가 매우 이성적이고 인간적인 존재인 것으로 여기고 살아가지만 사실 우리는 인간이면서 동시에 동물입니다. 뇌의 변연계는 우리의 동물적 본능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영역입니다.
지속적인 알코올 사용으로 전두엽이 약해지고 변연계가 이상 과활성화 되면 결국 우리는 동물처럼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충동조절도 되지 않고, 본능적 욕구가 좌절되면 매우 공격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만성 알코올 중독 환자들에게서 볼 수있는 특징입니다.
알코올 중독은 정신건강의학과의 많은 질환들 중에서도 치료 예후가 가장 좋지 않은 질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도 퇴원 후 1년이 넘어가면 결국 재음주할 가능성이 80%를 넘는 무서운 질환이 바로 알코올 사용장애 입니다.
알코올 사용장애의 치료는 급성기의 입원치료와 이후의 외래치료 및 지역사회의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의 연계, 그리고 중독자들의 자발적 모임인 'A.A(익명의 알코올 중독자 모임)'가 있습니다.
자신의 의지로는 멈출 수 없는 것이 알코올 사용장애이기에 처음의 치료는 대개 입원치료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평소 마시는 술의 양이 많고, 또 나이가 많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들은 입원 후 2~7일 정도까지 심한 금단증상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 기간에는 신경안정제 등을 적절히 투여하면서 금단으로 인한 경련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알코올 금단섬망은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자칫 사망으로도 연결될 수 있는 응급적인 상황이므로 꼭 병원에서 적절한 관찰하에 치료받아야 합니다.
약물치료는 날트렉손과 아캄프로세이트라는 항갈망제가 주로 사용됩니다. 특히 날트렉손은 알코올 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중독질환들에서도 갈망감을 일정부분 줄여주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달리 아캄프로세이트는 주로 알코올 중독에 한정해서 사용하는 항갈망제인데, 만성적인 알코올 사용으로 인해 뇌의 글루타메이트 뉴런들이 과활성화 되어 있는 것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알콩로 사용장애의 치료에는 다른 중독질환들과 마찬가지로 할 수 있는 치료를 모두 다 해야합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금주기간을 더 늘리고 사회 복귀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중독질환이라는 것은 정말 치료가 쉽지 않은 질환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