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때에도 정신과에 가야하나요?
간혹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분명히 어딘가 아픈데, 분명히 몸에 이상이 있는데, 병원에 가서 이것저것 검사를 해봐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참 난감한 상황이죠. 이럴 때 의사는 보통 '저희가 해드릴게 없네요'라고 하거나 아니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보세요'라고 말합니다. 보통은 전자의 답을 듣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후자의 조언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 정신과라니? 내가 지금 없는 증상을 호소한다는거야 뭐야?'
이런 생각에 기분이 상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보통 의사들은 정신과를 적극적으로 추천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사자를 위해서는 후자의 대답이 도움이 됩니다. 왜냐구요? 이런상황에서는 정신과 진료가 현재의 증상을 완화 내지는 치료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와 같은 케이스, 즉 증상은 있는데 명확한 원인은 나오지 않는 경우, 정신과적으로는 '신체형 장애'라든지 '질병불안장애'로 진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외에도 '공황장애'나 '범불안장애'로 인한 신체적 증상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범주에 들어가는 질환들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정신과적 약물치료와 인지치료를 통해 상당히 호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위의 신체증상들이 '거짓이 아니며' 당사자에게는 실제적인 상당한 '신체적 고통'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이것이 '실제'임을 이해하고 진료합니다. 다만 정신건강의학과적 요인에 의해 이러한 '신체 증상'이 '증폭'될 수 있기에, 이 '증폭'을 줄이거나 차단하는 치료를 도와주게 됩니다.
일본에는 정신과와 내과 사이에 '심료내과'라는 진료과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마음을 치료하는 내과'라는 의미를 가진 심료내과에서는 확실한 정신과적 질환들, 예를 들어 조현병이나 조울증이 아닌 '신경증(neurosis)'을 주로 치료합니다.
이렇게 '심료내과'라는 과목이 존재함으로써, 이를 진료하는 의사들이 내과적 질환과 신경증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심료내과'라는 진료 과목은 어쩌면 분명한 한계점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정신'과 '신체'사이의 상호작용이 개인에 따라 100이면 100 대부분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정신적 스트레로 인해 그것이 특정한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느냐 마느냐는 전혀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반대로 극단적으로 심하게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 나타나는 신체적 증상 또한 사람마다 각양각색이 됩니다.
이러다 보니 '심료내과'의 치료는 치료자의 주관에 따라 진단과 해결법의 차이가 크고 모호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심료내과'는 나름대로의 치료영역을 확고히 하고 이에 해당하는 많은 사람들을 열심히 치료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신적 스트레스와 신체 사이의 연결점
신체형 장애라든지, 공황장애 같은 '심료내과'적 질환들은 결국 정신적 스트레스가 불특정한 신체증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앞서 말씀드렸듯이 스트레스라는 원인과 신체증상 사이의 관계는 개인에 따라 0(전혀없음)부터 100(매우 심함)까지 아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과연 스트레스가 어떤 과정을 통해 신체증상으로 발현되는 것일까요? 그리고 왜 개인마다 그 결과는 다양한 것일까요?
여기서부터 설명드리는 것은 사실 의학적 근거가 아주 강하지는 않은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다시말해 학자마다 의견이 다소 갈릴 수 있는 영역입니다. 어쨋든 이제부터 설명드리려는 이론을 바탕으로 현재 '심료내과'에서는 스트레스와 신체증상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사람마다 담을 수 있는 스트레스의 용량이 다르다. "
우리 인간들은 자신이 처리할 수 있는 스트레스의 용량이 다릅니다. 따라서 같은 스트레스라도 그 결과가 모두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그릇과 거기에 담긴 물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은 스트레스고 그릇은 그 스트레스를 담는 정신적 한계용량입니다. 다시말해 이 '그릇'이 작으면 작은 스트레스에도 쉽게 물이 넘치게 될 것이고 그 결과가 곧바로 '신체적 증상'으로 발현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이 '그릇'이 크면 상당히 스트레스가 쌓일 때까지도 아무런 증상이 없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그 기전을 말씀드리면 우리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실제 우리 몸의 '부신'이라는 장기에서 코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고 이것이 뇌하수체 호르몬 시스템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 과정을 '그릇'에 비유해 보자면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상대적으로 '코티솔'이 적게 분비될 수도 있고(참고로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이 '코티솔' 수준을 낮추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습니다), 아니면 코티솔 분비에는 별 차이가 없지만 코티솔 분비 후 과정, 즉 뇌의 시상하부와 뇌하수체로 이어지는 경로에 변화가 비교적 적어(견고함)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잘 '흡수'하는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그릇'이 작은 사람은 이와 반대의 상황을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자율신경계는 중추신경(뇌)과 신체장기들을 잇는 전선"
여기에 한 단계가 더 있습니다. 바로 '자율신경계' 입니다.
스트레스로 코티솔이 분비되고 그 후 뇌의 호르몬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통합해서 HPA axis라고 부릅니다)경로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스트레스를 담는 '그릇'의 용량이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HPA 축 변화에 따른 결과와 신체장기들을 잇는 마지막 경로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자율신경계'입니다.
자율신경계는 우리의 뇌와 신체 장기들을 잇는 전선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만일 자율신경계가 끊어지거나 망가지면 뇌의 명령이 장기로까지 가지 못해 장기의 활동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예를 들어 뇌에서 위장까지 가는 자율신경계, 그 중에서도 부교감 신경이 끊어졌다고 가정하면 위장관 운동은 급격하게 느려질 것이고 결국 소화가 되지 않아 종국에는 장관 폐색과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자율신경실조에 대해 설명드린 제 다른 글을 찾아보시면 나와있지만 자율신경이라는 것은 크게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우리가 '흥분하거나 긴장'한 상태가 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 되고, 심신이 안정되고 휴식을 취하는 상태에서는 '부교감신경'이 우위로 작용하게 됩니다.
여기에 한 단계가 더 있습니다. 바로 '자율신경계' 입니다.
스트레스로 코티솔이 분비되고 그 후 뇌의 호르몬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통합해서 HPA axis라고 부릅니다)경로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스트레스를 담는 '그릇'의 용량이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HPA 축 변화에 따른 결과와 신체장기들을 잇는 마지막 경로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자율신경계'입니다.
자율신경계는 우리의 뇌와 신체 장기들을 잇는 전선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만일 자율신경계가 끊어지거나 망가지면 뇌의 명령이 장기로까지 가지 못해 장기의 활동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예를 들어 뇌에서 위장까지 가는 자율신경계, 그 중에서도 부교감 신경이 끊어졌다고 가정하면 위장관 운동은 급격하게 느려질 것이고 결국 소화가 되지 않아 종국에는 장관 폐색과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자율신경실조에 대해 설명드린 제 다른 글을 찾아보시면 나와있지만 자율신경이라는 것은 크게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우리가 '흥분하거나 긴장'한 상태가 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 되고, 심신이 안정되고 휴식을 취하는 상태에서는 '부교감신경'이 우위로 작용하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스트레스에 따른 코티솔 분비 > HPA axis 변화가 만성적으로 지속되면 자율신경계 중에서도 대체적으로 '부교감 신경'의 기능이 약화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부교감 신경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이를 자동차의 브레이크에 비유하곤 하는데, 부교감 신경이 고장나는 것 즉,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고장나는 것은 마치 자동차가 감속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체장기를 예로 들면 심장박동이 안정이 되지 않는다든지 아니면 빠른 호흡이 진정이 안된다든지 하는 증상이 나타날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평소의 '자율신경계'의 안정정도나 균형 또한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자율신경이 평소 매우 안정된 상태에 있다면 비록 스트레스로 인한 여파가 클지라도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쉽게 무너지지 않아 신체증상 발현까지로는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평소부터 이미 자율신경계가 교감신경 우위로 치우쳐 있다든지 또는 불안정한 상태였다고 한다면 스트레로부터의 여파가 비교적 작다고 할지라도 신체증상은 상대적으로 과도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심료내과'에서는 스트레스와 자율신경 그리고 그와 신경증과의 관계를 비교적 세밀히 살피고 검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30-40여년 전까지만 해도 정신과와 신경과가 신경정신과 라는 한개의 과로 운영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정신과에서 신경과적 내용이라든지 내과적 내용이 다소 소홀히 다뤄지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현재 정신건강의학과 내에 '정신신체의학회'라는 분과학회가 있어서, 여기에서 '심료내과'적 내용을 열심히 공부하는 분들도 적지 않으니 너무 걱정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스트레스가 있고, 검사상에서는 이상이 없는 어떤 신체증상이 있으신 분들은 꼭 정신건강의학과 상담도 받아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