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칸트라는 사람을 아십니까? 도덕교과서에 나오는 대표적인 인물입니다만,
'네 의지의 준칙이 보편적 법칙이 되도록 행위하라'라는 유명하고 엄숙한? 말을 남기신 분이죠.
칸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도덕교과서 그 자체와 같은 느낌입니다만.. 아무튼 훌륭하신 분임에는 분명합니다.
칸트는 그의 철저한 일과로도 유명했습니다. 그의 일상이 매일 오차없이 똑같았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은 칸트가 산책을 나가면 '아 지금이 오후 3시구나'라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하죠...
그런 그가 말년에는 치매를 알았다는 사실은 모르시는 분도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매일매일 규칙적으로 살아서 건강도 잘 챙겼을텐데.. 실제로 그래서 그는 80세까지 살긴 했습니다만.. 당시로서는 굉장한 장수죠...그런데 장수라는 것은 또 한편으로는 생의 말년에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알츠하이머는 적어도 65세 이후에 발병하고 그 이후로 나이가 더 들수록 발병률이 점점 높아지니까요.
그래도 매일 학문에 정진한 사람이고 문필가이기도 하니 머리를 굉장히 많이 썼을텐데 왜 치매에 걸렸을까? 라고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저도 처음엔 그게 좀 아리송했구요.
여담입니다만 칸트가 살았던 18세기 유럽에서는 매독도 치매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였기 때문에 일부 학자들은 칸트가 매독을 앓았기 때문에 치매에 걸렸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합니다.
다만 저는 도덕책같은 삶, 금욕적인 삶을 살았던 칸트가 매독을 앓았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지 않나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그의 치매가 매독에 의한 것이었다면 그의 일생에 대한 묘사에 신경매독과 관련된 증상이 등장했을 법도 한데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잠시 이야기가 옆으로 샜습니다만 칸트와 같은 삶은 실제로는 말년에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칸트는 물론 학문에 정진한 사람입니다만, 한편으로는 평생 자신의 고향 쾨니히스부르크(지금의 칼리닌그라드)를 벗어난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정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이 부분이 중요한데, 지금까지의 연구들에 따르면 치매는 평소 별다른 취미가 없고 여행을 별로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서 더 발병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습니다. 칸트도 바로 이런 유형의 사람이라고 볼 수 있죠.
우리가 임상에서 경도인지장애(치매 전단계에 상당, 꼭 치매로 진행되지는 않음) 환자가 치매로 진행되지 않기위해 가장 권장하는 활동이 바로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 또는 경험하는 일입니다. 다시말하면 기존에 하던 것을 반복하는 것은 별로 인지적 보호요인이 되지 못합니다. 기존에 해보지 않은 것, 새로운 것을 해봐야 치매를 예방하는 인지적 예비공간이 만들어 질수 있는 것입니다.
인간의 성격유형을 나누는 몇 가지 요소 중 하나로 'novelty seeking(자극 추구형)'이라는 요소가 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novelty seeking의 긍정적인 면중 하나는 노년에 치매를 막아줄 방패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기존에 하던 것을 반복하고 새로운 것, 변화하는 것을 싫어하는 유형의 성격은 아무래도 치매에 걸리기 쉬운 성격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