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오랜 친구는 내게 물었다
'그럼에도 난임병원을 다니면서까지
아기를 갖고 싶은 이유가 있어?'
글쎄,
특별한 이유보다도
내게는 '본능'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처음 임신을 계획했을 때는
결혼한 지 6개월쯤 되었을 무렵이었다
9년이 넘는 오랜 연애를 하기도 했고
어차피 아기를 가질 거면 빨리 갖자는 생각이었다
결혼은 곧 임신, 출산이라는 단선적인 사고.
굳이 깊은 생각도 고민도 없이 임신을 계획했다
하지만 작은 계획 하나에도 변수가 많은 법이다
하물며 인생의 계획이란 어디 쉬울까.
나는 5월생 아기를 원했고,
임신 중 가계 계획까지 철저히 세워놨지만
계획은 번번이 수정되고 또 수정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길을 걸을 때면,
어렸을 때부터 내 평생의 소원인
산책 나온 강아지에게 더 눈길이 갔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내 안에서 낯선 변화가 이는 듯했다
여행지에서 내 앞을 지나가던
꼬마아이에게 '귀엽다'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던 그 순간부터였을까.
아니면 자신의 아들을 쏙 빼닮은
첫 손주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시부모님의 모습을 본 순간부터였을까.
아이를 갖고 싶다는 진지한 마음이 고개를 들었고,
그 마음은 점점 커지고 간절해졌다.
남들처럼 대단한 사명감도
거창한 이유도 없지만,
어느 순간 내 안에 자리 잡은 이 마음은
누구보다 진심이 되었다
거스를 수 없는 운명,
내게 주어진 숙명처럼 그 마음 앞에 서있다
나는 그저 따라나설 뿐이다
어쩌면 이 마음이
내가 진짜 '부모'가 될 준비가 되었다는
작은 신호탄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