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걸이가 된 철봉

by 자그노기

문틈 사이에 걸려 있던 아들의 철봉은 버려질 준비를 끝내고 베란다 구석진 곳에 세워져 있다.

한때는 운동기구였지만 언제부턴가 제 역할을 잃고 빨래를 거는 도구로 살아가고 있었다.


사위는 그 철봉을 보며 본인 집에도 하나 설치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눈치였다.


야근을 앞두고 잠시 눈을 붙이겠다며 아들 방으로 들어간 사위. 남편과 내가 식탁에 앉아 간식을 먹으려던 순간이었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사위가 밖으로 튕겨 나오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마치 놀이기구를 타다가 무서워 눈을 질끈 감는 아이처럼, 자신도 모르게 철봉에서 떨어진 모양이었다.

철봉에 잔뜩 힘을 주고 다리를 앞으로 뻗은 채 매달렸는데, 육중한 몸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엉덩이가 바닥에 닿는 순간 안경은 얼굴에서 벗겨져 왼쪽으로 날아갔다.


다치지 않았냐고 물으면서도 나는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엄마, 왜 웃어요?”

딸이 민망한 듯 말렸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딸 역시 입가에 웃음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퇴근 후 아들은 철봉이 이미 빠져 더 이상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빨래걸이로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분명 식구들에게 말했을 텐데, 사위가 거기에 매달릴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위는 창피하다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운동기구에서 빨래걸이로 전락한 철봉, 그리고 그 사실을 모른 채 매달렸던 사위.


그날 이후 우리 집 베란다의 철봉은

빨래보다 웃음을 더 단단히 걸어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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