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맞으면 같이 못 살아요

독립

by 자그노기

아들의 독립 선언은

권투 선수의 강한 펀치처럼 들어왔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고

통증마저 느껴지지 않았다.


내동댕이쳐진 선수처럼

멍하니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이

KO 카운트를 세는 심판의 손짓만이

희미하게 보였다.


“안 맞으면 같이 못 살아요.”


아들의 말은

숨을 쉬고 싶다는

강한 호소처럼 들렸다.


나는 이것이

우리 관계의 탯줄이 한 번 더 끊어지는

두 번째 단계라는 것을

직감했다.


아프지만

이상하게도 담담했다.


서로 부딪힌다는 것은

어쩌면

그가 어른이 되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독립할 것을 알면서도

쿨하게 돌아서기에는

마음속 감정의 색깔들이

아직 서로 부딪히고 있었다.


내 뜻과 다르지만

받아들이고 인정한다는 일은

생각보다 큰 통증을 동반한다.


문득

아들의 마음에 싸늘한 공기가 흐를 때

이미 그 안에

낯선 세상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나는 느꼈다.


그리고

그 세상에는

더 이상 내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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